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삼성전자 제공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 1분기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가 수요 증가보다는 공급량 조절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공급 정상화는 시기상조라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서버용 낸드플래시 수요가 기대에 비해 저조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IT 기업들의 신규 인프라 투자가 기존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보다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프로세서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고성능 D램 등 메인 메모리에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낸드 시황이 본격적으로 반등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능력 대비 50% 수준의 감산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비슷한 수준의 감산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업체들의 적극적인 감산 노력에 따라 낸드플래시 가격은 꾸준히 상승세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지난해 12월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4.72달러로 전월보다 8.87% 올랐다. 작년 10월부터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는 수요보다는 공급단에서의 노력에 의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요 IT 고객사의 낸드플래시 주문은 바닥을 찍었던 지난해의 기저효과 때문에 상승세로 보이지만 여전히 저조한 상태”라며 “모바일 시장은 일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서버, PC는 지난해보다 조금 나아진 정도”라고 설명했다.

서버용 낸드플래시 시장 수요가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이유는 대형 IT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낸드보다는 프로세서, HBM, D램쪽의 비중이 높은 생성형 AI 관련 인프라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서버 구축에는 스토리지 구성을 위해 많은 낸드 제품이 필요하지만, 생성형 AI의 경우 컴퓨팅 구조가 데이터 저장보다는 생성 쪽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낸드 투자가 후순위로 밀린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존 데이터센터 투자가 고용량 낸드 기반의 SSD로 대규모 스토리지를 구성하는 것과 달리 생성형 AI 서버의 경우 프로세서, HBM, D램 등으로 메인 메모리를 구성하고 스토리지의 중요성은 그리 높지 않다”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오히려 낸드 기반 SSD 대신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스토리지로 사용하는 기업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전체 라인의 절반을 비가동 상태로 두며 공급량 조절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직 수요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다시 가동률을 높일 경우 낸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찬물을 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낸드의 경우 감산을 지속한다는 방침은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올해 300단대(9세대)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양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지난해 내부 기고문을 통해 “9세대 V낸드는 더블 스택 구조로 구현할 수 있는 최고 단수를 개발 중”이라며 “내년 초 양산을 위한 동작 칩을 성공적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동작 칩을 확보했다는 것은 양산을 위한 최종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