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한 TV 판매점에 TV가 진열돼 있는 모습./최지희 기자

4개월 연속 하락한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가격이 2월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다. TV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LCD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 패널 업체들이 공급을 적극 줄이고 나선 영향이다. 당장 급한 불을 끈 디스플레이 업계는 파리올림픽 등 올해 2~3분기 잇따라 예정된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특수를 기대하며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15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와 디스플레이 서플라이체인 컨설턴츠(DSCC)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고점을 찍고 하락하던 LCD TV 패널 가격은 이달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55인치 LCD 4K TV 패널 가격은 작년 9월 133달러를 찍은 뒤 올 1월 124달러까지 내리 하락했으나, 이달 126달러로 2% 상승할 전망이다. 작년 9월 177달러에서 지난 1월 169달러까지 하락한 65인치 LCD 4K TV 패널 가격도 이달 171달러로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경기 침체로 TV 시장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패널 제조사들이 꺼내든 카드는 생산량 조절이다. 전 세계 LCD 제조업체들의 평균 가동률은 작년 3분기 85%에서 4분기 76%, 올 1분기 70%대 초반에서 60%대 후반까지 낮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 LCD TV 패널 출하량의 67.5%를 차지한 중국 패널 업체들은 올 1분기 가동률을 대폭 낮추고 있다. 중국 패널 제조업체 BOE, TCL CSOT, HKC의 이달 LCD TV 패널 공장 가동률은 51%로 집계됐다.

알렉스 강 옴디아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말 북미 등에서 TV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해 많은 재고가 올 1분기로 이월됐고, 패널 가격 인하 압박도 커졌다”면서 “중국업체들은 춘절 연휴를 연장해 2주간 공장을 세워 가동률이 크게 낮아졌고, 중국을 제외한 다른 제조업체들의 2월 가동률도 72%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일각에선 지난달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로 일부 패널 재료가 생산 차질을 겪은 것도 패널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디스플레이협회 관계자는 “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용 편광판 재료를 공급하는 일본 제조사들이 1월 말까지 공장을 정상 가동하지 못했다”면서 “국내 업체는 비축해 둔 2~3개월치 재고와 공급처 다변화로 대응했다”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4일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발생한 일본 지진으로 일부 부품 수급 차질 문제가 예상됨에 따라 상반기 중 소폭 가격 상승 기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 측면에서 당분간 패널 업체가 수요 기반의 탄력적인 가동률 조정을 통해 가격 변동을 축소하고, 판가 안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패널 업체들은 생산량 조절과 더불어 TV 수요를 끌어 올릴 스포츠 이벤트에 희망을 걸고 있다. 세계 최대 패널 제조사인 중국 BOE는 오는 6월 유로컵과 8월 파리올림픽 등으로 올해 LCD TV 패널 출하량과 면적이 두 자릿수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 패널업체 이노룩스도 주요 스포츠 이벤트와 TV 패널 평균 크기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점 등을 올해 TV 패널 수요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