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LPDDR D램 기반 7.5Gbps LPCAMM./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에 최적화한 신개념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제품인 LPCAMM(Low Power Compression Attached Memory Module)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노트북, 태블릿PC 등 AI 탑재 기기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장 가도를 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LPCAMM 시제품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하반기에는 대량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LPCAMM은 모바일용 D램 규격으로 낮은 전력 소모가 특징인 ‘LPDDR(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5′ 칩을 여러 개 묶은 고용량 모듈이다. 기존 ‘SO-DIMM(Small Outline Dual In-line Memory Module)’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D램으로 꼽힌다.

LPCAMM의 강점은 크기와 전력 효율성이다. LPCAMM을 활용하면 기존 대비 탑재 면적을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다. 성능은 최대 50%, 전력 효율은 최대 70%까지 개선할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온디바이스 AI의 핵심은 컴퓨팅 시스템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 것”이라며 “현재로서 LPCAMM이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LPCAMM이 상용화되면 노트북·PC 시장에서 사용하는 기존 규격(SO-DIMM)을 빠르게 대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존 규격은 복잡한 설계로 CPU(중앙처리장치)와 메모리 간의 이동거리가 길어 성능과 전력 효율을 개선하는 데 한계에 도달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LPCAMM이 갖는 강점을 활용해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초당 7.5기가비트(Gb)를 전송하는 LPCAMM을 개발, 인텔 플랫폼에서 동작 검증을 마친 바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LPCAMM이 향후 PC, 노트북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하며, 관련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노트북 시장에서 ‘초슬림’ 노트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64%에서 2027년 88%까지 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고 얇은 폼팩터(기기 형태)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 PC에서 모바일로 전환하는 시기에 삼성전자는 일찍부터 저전력 솔루션 확보에 공을 들인 바 있다”면서 “LPCAMM은 작고 얇은 폼팩터에 SO-DIMM의 강력한 성능을 그대로 담은 제품으로, 노트북 D램 시장의 니즈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11월 초당 9.6Gb의 전송 속도를 지원하는 LPCAMM2를 개발했다. 기존 DDR5 기반 SO-DIMM 2개를 LPCAMM2 1개로 대체하는 성능을 갖췄다고 SK하이닉스는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LPCAMM2에 대한 품질 테스트 보드를 선제적으로 개발해 완성도 높은 차세대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에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LPCAMM 시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양산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5일 작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LPCAMM2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AI 기술의 발전은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다양한 형태와 특성을 가진 메모리 제품이 출연하고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대비해 모바일 모듈인 LPCAMM2 제품을 준비, 기술 리더십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미국 마이크론도 최근 메모리 속도 성능을 개선한 LPCAMM2 제품을 발표하며 차세대 D램 시장 진입을 예고했다. 마이크론은 PC 제조사인 레노버와 제품 개발에서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올 상반기 중 LPCAMM2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