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이동통신 사업을 추진하는 스테이지파이브 컨소시엄 스테이지엑스가 통신 3사가 “수익성이 없다”며 포기한 5G(5세대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을 지난달 31일 4301억원에 경매에서 낙찰받았다. 제4 이통사의 등장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로 굳어진 과점 체계를 깨고 요금, 서비스 혁신으로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주파수 대가로 스테이지엑스의 승리가 성배가 아닌 독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스테이지엑스가 28㎓를 낙찰받은 4301억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시한 최저경쟁가격 742억원의 5.7배, 2018년 통신 3사가 따낸 동일 주파수 대역 평균 낙찰가(2074억원)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과기정통부가 제4 이동통신 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저경쟁가격을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흘렀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경매 참가사들이 28㎓를 활용한 사업모델로 확실한 투자자본수익률(ROI)이 나온다는 확신이 있거나 이번 기회가 아니면 제4 이통사 자격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높은 가격을 쓴 모양새”라며 “하지만, 지나친 출혈경쟁으로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긴 한다”라고 말했다. 통신 3사의 연 매출이 10조~30조원 수준인 데 반해 2022년 기준 스테이지파이브의 매출액은 272억원, 영업손실은 55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낙찰가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스테이지파이브에서 출시한 ‘스테이지 5G’.

◇ 낙찰가 4301억원+기지국 설치 비용만 3000억원

2015년 설립된 스테이지엑스는 카카오에서 계열 분리한 알뜰폰 회사 스테이지파이브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다. 스테이지파이브는 이번 입찰에 참여하면서 신한투자증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의료원, 인텔리안테크 등을 주주로 끌어들여 약 80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테이지엑스가 높은 입찰가액을 써낼 수 있던 배경에는 주요 주주들이 전적으로 믿고 지지해줬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는 “예상보다 높은 금액이지만, 제4 이통사 자격 획득에 큰 의미가 있다”며 “28㎓ 주파수의 독점적 사용으로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와 기술, 부가가치를 반영해 경매가를 결정했다”라고 했다.

주파수를 할당받은 사업자는 할당을 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 사업을 개시해야 한다. 1년 이내 사업을 개시하지 못하면 기간통신사업 등록이 취소되며 할당 대가는 반환하지 않는다. 스테이지엑스는 향후 낙찰가 4301억원을 5년에 나눠 내게 된다. 1년차에는 낙찰가의 10%(430억1000만원)를 낸다. 하지만 낙찰가만이 문제가 아니다. 낙찰 외 의무 조건으로 향후 3년간 무선기지국 6000대를 구축해야 하며, 통신 3사의 망 이용료와 통신 3사와 경쟁하는데 필요한 마케팅 비용 등이 들어간다.

5G 28㎓ 기지국은 구축 비용이 대당 2000만~3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 구매비 외 구축 비용까지 감안하면 스테이지파이브는 약속한 기지국 설치에 3000억원의 투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테이지엑스 측은 “회사는 클라우드로 코어망을 구축해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테이지엑스는 28㎓ 주파수 외 LTE(4세대이동통신)를 포함한 3.5㎓ 주파수 대역을 기존 알뜰폰(MVNO) 업체 자격으로 통신 3사에게 도매대가를 내는 방식 또는 제4 이동통신 사업자로서 3사의 망을 공동이용(로밍) 대가를 지불하며 빌려쓰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테이지엑스가 로밍방식을 선택하든, 도매대가 지불방식을 선택하든 제공받는 서비스는 같다. 업계 관계자는 “로밍방식은 기본적으로 망투자가 필요해 합리적인 사업자라면, 기존 알뜰폰 방식을 취하면서 28㎓ 구축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통신 3사가 로밍방식으로 신규 사업자에게 망을 빌려줄 의무는 없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존 알뜰폰 도매대가 산정방식도 SK텔레콤만 의무가 있는데, 통신 3사가 다 빌려주고 있다”며 “로밍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법에 따른 세부 고시가 마련되지 않았는데, 현재 이에 대한 준비가 거의 끝나간다”고 말했다.

단순 계산으로 스테이지엑스가 지불해야하는 돈은 28㎓ 주파수 할당대가에 기지국 구축비용을 더하면 73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추진도 스테이지엑스에는 부담 요인이다. 통신사 간 단말기 할인 경쟁이 벌어진다면 제4 이통사 역시 가입자 유치를 위해 당초 예상한 것보다 마케팅비 지출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KT 직원이 5G 기지국을 구축하고 있는 모습. /KT

◇ 주파수 적정가격 최대 1400억… B2C 고객 300만명·B2B 고객 3만곳 확보해야

그동안 정부가 제4 이통사 유치를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한 이유는 사업자들의 재무건전성 때문이였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28㎓ 주파수 적정가격을 최대 1200억~1400억원 정도로 생각했는데, 경매 참가자들이 제4 이통사가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참여해 낙찰가가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며 “낙찰금에 기지국과 인프라 구축 비용, 통신 3사 망 이용료, 마케팅 비용까지 감안하면 낙찰자의 중도 사업 포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할당대가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고객 300만명, B2B(기업간 거래) 고객은 3만곳 정도는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스테이지파이브의 B2C 고객은 약 30만명이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스테이지엑스가 사업 초기 3년간 매년 6000억원에서 1조원의 투자비를 퍼부어야겠지만, 정상적으로 서비스가 된다면 그 이후에는 거액의 투자비는 안들 것”이라며 “특히 B2C 고객 가입자당평균매출(APRU)은 5만원, 28㎓ B2B 고객은 1곳당 가입자당평균매출(APRU)이 100만원 수준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테이지엑스의 승리는 독배까진 아닐 수 있는데 가시밭길이긴 하다”며 “정책자금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정부가 조건에 맞춰 일부만 준다면 단기차입금이 확 늘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자금력 해소가 관건... 차별화 전략 필요

결국 스테이지엑스는 1차적으로 자금력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해야 하며, 이와 함께 얼마나 빠른 속도로 28㎓ 인프라를 구축해야 시장 안착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 3사가 가지지 않은 28㎓ 특화 서비스라는 어려운 길을 얼마나 잘 헤쳐나가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한윤제 스테이지파이브 전략 담당 이사는 주파수를 낙찰받은 직후 고가 낙찰로 인한 비용 부담 우려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미 알려진 금액대로 투자 유치는 가능하고 필요하면 추가로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서상원 스테이지파이브 대표는 28㎓ 주파수를 거머쥔 만큼 B2B(기업 간거래)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전 영역을 아우르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당 주파수를 위한 기지국 설치, 코어망 구축 등 신속한 인프라 투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스테이지파이브는 향후 3년간 90개의 핫스팟에 6000여개 이상의 무선 기지국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는 28㎓ 기술 ‘리딩랩’ 실을 차려 연구개발(R&D)을 수행한다. 연세의료원과는 의료 사물인터넷(IoT) 기기, 의료 영상, 로봇 등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경기장, 공연장, 공항 등에도 28㎓를 도입하며, 폭스콘 계열 모바일 기기 제조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28㎓ 전용 단말기 출시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