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제4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에 스테이지파이브 컨소시엄 ‘스테이지엑스’가 선정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G(5세대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 경매 최종 낙찰가(4301억원)가 전망치를 상회하는 걸 넘어 통신 3사가 6년 전 낙찰받은 가격(SK텔레콤 2073억원, KT 2078억원, LG유플러스 2072억원)의 2배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물론 주파수 할당을 위해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하지만 20년 넘게 통신 사업을 해온 통신 3사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납한 28㎓ 주파수를 임직원 100명이 되지 않는 스테이지파이브가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한 게 사실이다. 통신 3사의 독과점 체제를 깬다는 이유로 제4 이통사 유치에 목을 멘 정부의 정책 실패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과기정통부 세종시 청사 현판./조선DB

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스테이지파이브가 5G 28㎓ 주파수 경매에서 예상을 크게 웃도는 4301억원을 쓰면서도 과열 경쟁에 뛰어든 건 제4 이통사라는 지위 때문이다. 정부가 5G 28㎓ 주파수 경매 낙찰자에게 제4 이통사에 준하는 최대 4000억원의 정책 자금 지원을 약속한 만큼 그에 준하는 금액을 투입해서라도 주파수를 확보해야 향후 제4 이통사로서 제대로 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5G 28㎓ 주파수 경매 공고에서 4000억원 규모의 정책 금융과 세액 공제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최대 4000억원 정책 지원 믿고 주파수 경매 뛰어든 것”

통신 3사의 독과점 체제를 허물어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제4 이통사 도입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다. 알뜰폰 자회사를 포함하면 시장 점유율이 95%에 달하는 통신 3사의 독과점 체제를 허물어야 통신 시장 내 경쟁이 촉진, 가계 통신비를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통신 3사가 손실을 보면서도 포기한 5G 28㎓ 주파수를 지난해 카카오에서 계열 분리된 알뜰폰 업체 스테이지파이브가 2배 넘는 가격으로 사들이게 하고, 그에 따른 부담을 정책 지원으로 풀어내는 방식으로는 공정한 경쟁과 사업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정부의 최대 4000억원 규모 정책 지원을 믿고 (스테이지파이브)가 주파수 경매 자금을 던진 것 같은데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제4 이통사 도입 취지에 맞는 건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라며 “정부의 제4 이통사 주파수 경매 결과는 좀비 기업만 하나 더 만드는 완전한 정책 실패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실패를 인정하고 통신 정책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라고 했다.

◇ 시장 경쟁에만 맡겨선 안 돼… 적절한 개입, 정책 재검토 필요

정부가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매 제도를 앞세워 책임을 제4 이동통신 후보 기업에 미뤘다는 지적도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은 “이미 과포화된 통신 시장에서 정부가 기간통신사업을 경쟁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니,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더 이상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의식을 갖고 적절한 규제와 개입 등에 나서야 한다”라고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가계 통신비 완화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전면 폐지, 알뜰폰 육성, 제4 이통사 유치 등은 각각의 정책 방향으로는 가계 통신비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일어날 경우 정책 효과가 상쇄되거나 충돌해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가령 제4 이통사를 유치할 경우 통신 3사 간 경쟁이 촉발될 수는 있지만, 그만큼 경쟁력이 낮은 알뜰폰 업계는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또 단통법을 폐지할 경우 통신 3사의 보조금 경쟁은 고조될 수 있지만 제4통신사는 가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통신 3사와 경쟁할 정도의 자금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신 3사가 포기한 5G 28㎓ 주파수를 2배 넘는 가격에 낙찰받은 제4 이통사가 수익을 내면서 제대로 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싶다”라며 “정부가 직접 개입해 육성 중인 알뜰폰도 통신 3사를 대항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이 엇박자가 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라고 했다. 이어 “단통법 폐지로 통신 3사가 보조금 경쟁에 나설 경우 제4 이통사는 제대로 가입자를 모으기 힘들 것”이라며 “정부가 균형 잡힌 통신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수립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