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소프트웨어(SW) 시장이 기업들 입장에서 크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700억원 이상 대형 사업의 경우 이미 예외 적용을 받은 대기업의 비중이 70%가 넘는다. 대기업이 보유한 신기술 역량을 공공 SW 서비스 설계와 기획 단계에서 적극 반영하는 게 이번 계획의 가장 큰 목표라고 할 수 있다.”(강도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

정부가 2013년 ‘SW산업진흥법’ 개정 시행으로 시작된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의 대기업 참여 제한을 11년 만에 허용한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행정전산망(새올지방행정정보시스템·정부24) 먹통 사태 당시 기술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2개월여 만에 개편안을 내놓은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1일 공공 SW 사업의 경쟁 활성화와 품질 제고를 위한 대기업 참여 제한을 허용하는 ‘공공 SW 사업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공공 SW 설계·기획에 대기업 참여를 전면 개방하고, 700억원 이상 대형 사업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직접 참여도 가능하게 한다.

또 중소기업만 참여 가능한 사업구간을 기존 20억원 미만에서 30억원 미만으로 늘리고, 대기업 참여 제한 예외 인정 사업과 700억원 이상 대형 사업에서 중소기업 참여 지분율을 50%에서 40% 이상으로 낮춘다. 동시에 1000억원 이상 대형 SW 사업에 대한 컨소시엄 구성원 수를 10인 이하, 최소 지분율을 5% 이상으로 완화해 중소기업의 참여 기회를 늘린다.

◇ 기업 규모 상관 없이 사업자 참여 늘려

공공 SW 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 제한은 2004년 소프트웨어진흥법 제48조에 따라 시작됐다. 당시에는 공공 SW 사업에서 대기업은 일정 사업금액 이상 사업에만 참여하도록 했다. 이후 대기업 계열사 등의 참여로 폭넓게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2013년 대기업에 속한 모든 회사의 참여가 제한됐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공공 SW 사업의 대기업 참여가 제한된 셈이다.

대기업 참여 제한은 중소 SW 기업의 성장, 주사업자 다변화 등 국내 SW 산업 기반 확대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실제 공공 SW 사업에서 중소기업의 주사업자 비중은 2010년 19%에서 2022년 62.5%로 늘었다. 공공 SW 사업에 참여한 기업 수는 2008년 1334개에서 2020년 3936개로 급증했다.

다만 행정망 먹통 등 대형 공공 SW 사업에서 발생한 품질 문제가 국민 불편을 초래하면서 중소기업 육성보다 국민 불편을 줄이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 SW 사업에 대해서는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사업자의 참여를 늘려 경쟁을 통한 품질 제고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픽=정서희

◇ 대기업 참여 늘리는 동시에 중소 SW 기업 지원 계속

과기정통부는 SW진흥법을 개정해 공공 SW 설계 및 기획 사업에 대기업도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동시에 용역구축 위주의 공공 SW 시장의 클라우드 전환에 속도를 낸다. 대기업이 서비스 중인 검증된 상용 SW를 적극 활용하고, 모듈화 설계 등 민간의 축적된 신기술을 도입한다. SW 경쟁력이 있는 대기업 참여를 적극 유도해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사업금액 700억원 이상 대형 사업에는 대기업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전면 개방한다. 700억원 이상 대형사업에서 대기업과 중견 기업간 경쟁 활성화를 통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최적사업자를 선정, 공공 SW 품질 제고 노력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700억원 이상 사업의 경우 그동안에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상출제 대기업)은 참여가 가능했다. 하지만 국가 안보, 신기술 등 예외가 인정된 사업에 대해서만 허용했다. 과기정통부는 공공 SW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산업계 수용성, 규제 개선 효과, 향후 대형사업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액을 700억원으로 확정했다.

중소기업만 참여 가능한 사업구간을 기존 20억원 미만에서 30억원 미만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중소 SW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SW진흥법의 본래 취지를 고려한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중소기업의 주사업자 참여 기회 확대를 통해 기술력과 전문성 축적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대형사업에서 중소기업의 역할을 늘리는 방향으로 중소 SW 기업을 지원한다.

과기정통부는 대기업이 참여하는 사업에서 컨소시엄 내 중소기업의 참여 지분율에 따라 사업을 선정할 경우 높은 점수를 부과하는 상생협력 평가 제도를 바꾼다. 그동안은 중소기업의 참여 지분율이 50% 이상일 경우에만 만점을 줬다. 앞으로는 40% 이상일 경우 최고등급을 부여하고 등급체계를 기존 5등급에서 3등급으로 통합한다. 주사업자의 책임을 높이는 동시에 기술력 위주의 경쟁을 강화하는 조치다. 컨소시엄 구성의 경우 그동안은 5인 이하, 구성원별 최소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제한했지만 1000억원 이상 대형 SW 사업의 경우 구성원 수를 10인 이하, 최소 지분율을 5% 이상으로 완화한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에 참여할 기회를 준다.

◇ 하도급 비중 낮을수록 평가시 높은 점수 부여

과기정통부는 공공 SW 사업에 주사업자로 참여하는 대기업의 과도한 하도급 관행을 해결할 방안도 마련한다. 기술력이 있는 대기업이 참여해도 하도급이 반복될 경우 품질이 저하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기존에도 기술성 평가시 하도급 계획의 적정성을 봤지만, 하도급 금액 비중 50% 초과 여부만 평가했다. 이에 따라 하도급을 50%로 채우는 경우가 많았다.

과기정통부는 대기업 참여 제한 예외 인정 사업과 700억원 이상 대형사업의 경우 기술성 평가에서 하도급 비중에 따른 차등 평가를 도입한다. 50% 초과 여부만 평가했던 것에서 하도급 비중이 낮을수록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식으로 바꾼 셈이다. 과기정통부는 하도급 적정성 평가를 강화하면서 주사업자의 직접 사업 수행을 유도, 하도급으로 인한 품질 저하 문제가 일정 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도현 정보통신정책실장은 “공공 SW 사업의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중소 SW 기업의 성장 기반을 제공하는 개선안을 마련했다”라며 “11년 만의 제도 개편에 중점을 두고 국민 생활과 편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 공공 SW 사업에서 역량 있는 기업들이 제한 없이 참여하고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