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년 만에 내놓은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의 대기업 참여 제한 개선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공 SW 사업에 나설 경우 행정전산망 먹통과 같은 오류를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는 하도급을 제대로 제한하지 않으면 달라질 게 없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공존한다.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공 SW 사업의 경쟁 활성화와 품질 제고를 위한 ‘공공 SW 사업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 개편안’을 내놨다. 대기업이 공공 SW 설계·기획에 참여하는 동시에 700억원 이상 대형 사업에는 직접 뛰어들 수 있도록 했다.
중소 SW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도 함께 나왔다. 중소기업만 참여 가능한 사업구간을 기존 20억원 미만에서 30억원 미만으로 늘렸다. 또 1000억원 이상 대형 SW 사업의 경우 구성원 수를 10인 이하, 최소 지분율을 5% 이상으로 완화해 더 많은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에 참여할 기회를 줬다.
전문가들은 공공 SW 사업 내 대기업 참여가 활발해질 경우 업체 간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정부 공공 조달 사업의 85%는 중소기업이 담당한다”면서 “중소기업을 살린다고 특혜를 주기보다 대기업이 참여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IT와 통신 인프라에서 (한국은) 세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지만 중소기업에 과도하게 많은 공공 SW 사업을 맡기니 전산망 장애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참여로 시스템 유지보수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대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소기업과 협력할 경우 시스템 유지보수 등에서 효율성이 더 개선될 수 있다”라고 했다. 다만 김 교수는 “과거처럼 대기업 위주로만 프로젝트가 이뤄지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가 발생하고 이득은 대기업만 취하는 구조를 막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대기업이 공공 SW 사업에 참여해도 달라질 게 없다는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일감을 중소기업에게 내리는 하도급 관행 때문이다. 김명화 소프트웨어개발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공공 SW 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한다고 정부 전산망 장애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업에 대기업을 참여시켜도 어차피 전문 중소기업에 하청주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에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었던 대기업 참여 제한을 완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라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하도급이 반복되면서 공공 SW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 하도급 50% 초과 여부만 평가했던 기존 안을 하도급 비중이 낮을수록 더 높은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 사이버보안과 교수는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보다 더 중요한 건 주사업자가 책임 의식을 갖고 공공 SW 사업에 전념하는 것”이라며 “하도급에 따른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한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신영웅 우송대 정보보안학과 교수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비교해서는 인력·자본력·기술력에서 앞선 만큼 공공 SW 사업에서 더 좋은 역량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사업 특성에 따라 하도급 비중이 큰 게 생태계 육성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만큼 하도급을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사업 특성별 관리 방안도 함께 마련되면 좋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