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LG 사옥. /뉴스1

LG전자(066570)가 지난해 4분기 경기 침체에 따른 가전·TV 수요 위축과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아쉬운 성적표를 내놨다. 가전과 TV 사업은 전 분기 대비 적자전환하며 전체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끼쳤다.

LG전자는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3131억원을 기록,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전년 동기보다 351.8% 증가했지만 전 분기보다는 68.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25일 공시했다. 이는 증권가 전망치(6394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결 자회사인 LG이노텍을 제외한 별도 실적 기준으로는 영업손실 174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3조10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늘고, 전 분기보다 11.5%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84조2278억원, 영업이익 3조5491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3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하며 견조한 흐름을 보였지만, 영업이익은 하반기로 가면서 힘이 빠졌다.

경기 불황으로 가전·전자기기 수요가 쉽게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연말 마케팅 비용이 추가되고 경쟁이 심화해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 측은 “통상적으로 4분기엔 판촉 비용이 늘어나는 데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첫 연말 시즌을 맞아 중국 업체를 비롯한 경쟁사 간 경쟁 과열로 비용이 더 증가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정서희

◇ 주력 가전·TV 사업 적자… 전장 사업 유일하게 흑자

작년 4분기 사업본부별 실적을 보면, 주력인 가전과 TV 사업이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작년 4분기 매출 6조6749억원, 영업손실 1156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적자전환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작년 4분기 매출 4조1579억원, 영업손실 722억원을 내 전 분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다만 전년 동기(영업손실 1075억원)와 비교하면 적자 폭을 줄였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가전, TV, 노트북 등 LG전자의 주력 아이템 모두 지난해 2∼3분기 재고 보충 후 수요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군의 수요 둔화가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H&A(가전), HE 부문 모두 예상보다 수요가 약했고 그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일부 동반된 것으로 추정한다”며 “연말 관련 일회성 비용도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가전 수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래 먹거리’ 전장(자동차 전자 장비) 사업은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흑자를 냈다.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작년 4분기 매출 2조5931억원, 영업이익 57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 측은 “VS사업본부는 출범 10년 만에 연매출 10조원을 넘기며 주력사업 반열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난해부터는 생산사업장의 평균가동률이 100%를 넘기는 등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IT 기기와 상업용 디스플레이, 로봇 등을 다루는 BS사업본부는 작년 4분기 매출 1조2688억원, 영업손실 895억원을 기록해 적자를 이어갔다.

◇ 올해 전장 사업 확대… B2B, 프리미엄 겨냥해 수익성 높인다

LG전자는 올해 미래지향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전환과 더불어 사업 잠재력 극대화 차원의 한계 돌파에도 집중할 것”이라며 “아울러 지난해 조직 개편으로 신설한 해외영업본부 주도 아래 성장 기회가 큰 신흥 시장에서의 추가 성장과 시장 내 제품 커버리지 확대에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전 사업은 올해 D2C(소비자직접판매) 등 미래준비 차원의 사업방식 변화를 본격 가속화한다. 가전 운영체제(OS) 탑재를 확대하고, 가전과 서비스를 결합하는 구독 사업은 해외 시장으로도 본격 전개한다. 가사해방(Zero Labor Home)의 가치를 투영하는 스마트홈 솔루션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

제품 측면에서는 세탁기, 냉장고 등 주력 제품의 프리미엄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각 국가와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지역 적합형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하는 전략적 시장 공략을 지속해 나간다. 냉난방공조 등 B2B(기업간거래) 영역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탈탄소 및 전기화 추세가 뚜렷한 북미, 유럽을 중심으로 현지 완결형 사업체계를 구축해 역량을 강화해 나간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 10조원 고지에 오른 VS사업본부는 축적한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하는 외형 성장에 더불어 사업의 질적 성장을 추진해 나간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에서는 모빌리티 트렌드인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역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또 가전과 IT에서 쌓아 온 차별화 기술을 기반으로 차량 내 고객 경험을 고도화해 나간다.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제품 역량 강화 및 해외 생산기지의 조기 안정화를 통해 고객 대응력을 높이고, ZKW는 프리미엄 제품 수주를 확대하는 동시에 사업의 효율적 운영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TV 사업은 올해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올레드뿐 아니라 고색재현 LCD(액정표시장치 ) QNED 라인업 또한 대폭 강화하는 듀얼트랙 전략을 사용한다. 아울러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TV 중심에서 스마트모니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으로 웹OS 생태계를 확장하고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다. 웹OS 플랫폼 사업은 조 단위 매출의 규모 있는 사업으로 육성한다.

올해 BS사업본부는 게이밍모니터, LG 그램 프로 등 경쟁력 있는 IT 제품 라인업을 앞세우는 한편 정부기관, 학교 등 특정 고객군 맞춤형 수주 활동을 강화한다. 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의 해외 전개에 속도를 내고, 전사 B2B 사업을 선도하는 조직으로서 단일 제품을 공급하는 형태에서 인접한 솔루션을 통합 공급하는 사업으로의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사업본부 내 신사업의 비중이 큰 만큼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미래 준비에 무게를 둔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