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한글과컴퓨터 AI 사업 전략 발표회에서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한글과컴퓨터 제공

한글과컴퓨터(030520)가 인공지능(AI) 사업에 적극 나서면서 올해 들어 주가가 작년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했다. 한컴 실적이 2020년 역대 최고를 기록한 후 주춤한 상황에서 AI 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행보가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컴 주가는 23일 기준 3만2550원에 마감됐다. 이달 2일까지만 해도 1만4000원선이었는데 지난 8일에는 상한가를 치며 1만9460원까지 올랐다. 이날 한컴은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42Maru)’에 4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것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한컴은 작년 11월 포티투마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이번에는 LG유플러스, 하나증권 등과 함께 시리즈B 투자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포티투마루는 정답 후보군을 여러 개 제시하는 기존의 AI 구동 방식과 달리, 사용자의 질의 의미를 이해한 뒤 단 하나의 답변을 도출하는 ‘딥 시맨틱 질의응답(QA)’ 플랫폼을 개발한 회사다. 현재 삼성, LG, SK, 현대차·기아, CJ 등이 포티투마루의 AI 솔루션을 쓰고 있다. 오픈AI의 ‘GPT 스토어’ 출시를 앞두고 AI 소프트웨어 관련주들이 기대를 모으던 가운데 한컴이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투심을 자극한 셈이다.

한컴 주가는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전자문서 전문 기업인 ‘클립소프트’를 19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힌 것도 기대감을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클립소프트의 리포팅 솔루션 ‘클립리포트’와 전자서식 솔루션 ‘클립이폼’ 등은 민원24,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등에서 구동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15개국에서 6000개가 넘는 디지털 데이터화 성공 사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한컴의 설명이다.

포티투마루와의 협업과 클립소프트 인수를 통해 한컴은 데이터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문서 엔진과 AI 기술 간의 융합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포티투마루의 대규모언어모델(LLM) 기술과 전자문서 기반 기술을 결합해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생성·보관 중인 한글(HWP·HWPX) 문서를 학습시킬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질의응답과 정보 탐색, 문서 초안 작성, 요약·추천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또 AI 기술과 SDK(소프트웨어 개발도구) 기술을 결합해 올해 출시 예정인 ‘문서 기반 질의응답 시스템’(도큐먼트 QA)에도 포티투마루의 경량형 언어모델(sLLM)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한컴이 완성형 애플리케이션 사업의 한계에서 벗어나 AI, SDK 등을 통해 기술 모듈화 기업으로 확장해 나가는 데 있어 클립소프트와의 결합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대표는 작년 11월 AI 사업 전략 발표회에서도 AI 사업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내년은 한컴의 AI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산하는 해가 될 것”이라면서 “5년 이내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 1분기부터 클립소프트 실적이 연결 기준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클립소프트의 2022년 실적을 보면 매출 144억원, 영업이익 32억원으로 22%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작년 4분기 한컴의 연결기준 예상실적은 매출 859억원, 영업이익 1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6%와 543.9%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는 매출 3060억원, 영업이익 54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3%, 31.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클립소프트 인수와 포티투마루의 투자에서 확인되듯 한컴은 SDK화할 수 있는 기술력 확보를 M&A를 통해 진행하고 있어 여유자금을 활용한 추가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컴은 상반기 한컴어시스턴스, 한컴 도큐먼트 QA 등 AI 제품들을 선보일 계획인데 오픈AI의 GPT 스토어에 한컴의 챗봇, OCR, 오피스 SW 등 생성형 AI 기반 모듈화된 기술들을 등록할 예정”이라며 “올해 AI 사업에서 본격적인 성과가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