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공개한 ‘갤럭시S24′ 시리즈의 첫 인상은 ‘혁신 없는 실패작’이다. 외부 디자인만 비교하면 전작인 갤럭시S23 시리즈와 다른 부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판박이처럼 닮았다. 전면 화면을 가득 채운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 후면 5개(갤럭시S24 울트라) 카메라 등은 갤럭시S23과 똑같다. 갤럭시S24 울트라에 적용된 측면 티타늄을 제외하면 무게와 그립감 등 전체적인 느낌은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갤럭시S24는 전작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반전 매력을 갖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으로 구현한 실시간 통화 통역과 문자메시지 번역, 고화질 카메라 성능이다. 체험 내내 가장 흥미로웠던 건 실시간 통화 통역이다. 해외여행 중 갑작스럽게 하게 되는 외국인 택시기사와의 영어 통화를 더 이상 겁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갤럭시S24의 실시간 통화 통역은 별도 앱 설치나 인터넷 연결 없이 가능한 기능이다. 휴대폰에 탑재된 온디바이스 AI(갤럭시 AI)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상대방과 통화가 연결되면 화면에 나오는 ‘콜 어시스턴트’ 버튼과 ‘실시간 통역’을 차례대로 누르면 된다. 누가 전화를 걸어도 가능하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 등 13개 언어가 자동으로 번역된다. 스페인 택시기사와 한국어로 직접 통화해봤다.
택시기사에게 한국어로 “나는 지금 흰색 빌딩 정문에 서 있는데, 당신의 택시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기자의 말은 실시간으로 번역돼 스페인어로 기사에게 전달됐다. 그러자 택시기사는 스페인어로 “내 택시 번호는 8V로 시작하고, 색상은 파란색이다. 지금 흰색 빌딩 코너에 정차해 있다”라고 답했다. 이는 곧바로 한국어로 번역돼 기자에게 전해졌다. 기자는 다시 한국어로 “당신이 있는 도로명을 알려달라. 내가 거기로 가겠다”라고 말했고, 택시기사는 재차 스페인어로 “내가 있는 도로는 49번가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 모든 대화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한국어가 스페인어로 번역되고, 다시 스페인어가 한국어로 순식간에 번역돼 전달됐기 때문이다.
같은 방법으로 미국에 있는 레스토랑에 전화해 한국어로 예약했다. “식당 예약을 잡고 싶다” “이번 주 화요일 오후 5시에 3명이 가겠다” 등을 한국어로 말했고, 이는 자동으로 번역돼 식당 직원에게 전달됐다. 30초 만에 식당 예약이 끝났다. 영어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삼성 키보드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문자메시지 번역 기능도 흥미로웠다. 영어로 온 문자가 자동으로 한글로 번역됐다. 반대로 한글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영어로 번역됐다. 이런 기능은 갤럭시 ‘문자’ 앱을 넘어 국내외 주요 모바일 메신저에서 사용 가능하다. 해당 기능이 삼성 키보드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갤S24를 쓰면 카카오톡, 라인, 페이스북 메신저 등에서 실시간 번역 기능을 쓸 수 있다.
카메라 기능에서도 갤럭시 AI는 제 몫을 다했다. 삼성전자는 AI 기반 프로비주얼 엔진을 갤S24 시리즈에 처음으로 탑재했다. AI가 디지털 줌 화질을 광학 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동시에 AI가 촬영된 사진을 분석해 맞춤형 편집 도구를 제안한다. 나무 그림자가 얼굴을 관통하는 사진을 편집했더니 그림자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촬영된 영상에 손가락을 대면 슬로우 모션 효과가 생기는 ‘인스턴트 슬로모’ 기능도 신기했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남성의 영상에 적용했더니 빠른 움직임이 슬로우 모션처럼 전환했다. 이는 AI가 영상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 새로운 프레임을 추가로 생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기능이다.
갤럭시 AI가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은 충분히 흥미롭고 실용적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이 정도 기능으로 ‘스마트폰 시대를 넘어 새로운 모바일 AI폰 시대를 열었다’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네이버 클로바의 실시간 통역 기능,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의 그림자 지우개 기능이 떠오르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갤럭시 AI는 온디바이스 AI를 활용한다는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