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TV 제조사 간 인공지능(AI) 프로세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LG를 추격하는 중국 TCL·하이센스는 패널과 크기를 강조해 온 데 이어 올해부턴 AI 프로세서를 전면에 앞세워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TV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TV는 단순히 패널 싸움이 아닌, AI 기능을 TV에 얼마나 최적화시켜 화질과 음성 등을 개선하는 지가 핵심 소구점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가전업체 TCL이 CES 2024에 전시한 AI TV. AI 프로세서를 적용할 때 영상의 선명도와 밝기가 개선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최지희 기자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중국 TV 회사들은 올해 잇따라 AI 기능이 대폭 강화된 새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지난 9~12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4’에서 중국 대표 가전기업 TCL과 하이센스는 전시관 전면에 AI 프로세서를 전시했다. TCL 관계자는 “그간 프로세서를 이렇게 앞세워 홍보한 적은 없었다”며 “AI로 TV 이미지를 분석해 밝기와 선명도, 시각 효과 등을 개선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TCL은 기능에 따라 AI 프로세서 ‘AIPQ’를 3가지로 나눠 저가의 TV 모델에도 AI 기능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하이센스 역시 직접 개발한 AI 프로세서 ‘하이뷰 엔진 X’를 내놓고 CES 2024 전시관에 실제 칩셋을 전시했다. 하이센스 관계자는 “하이뷰 엔진 X는 원본 영상을 8K급 초고해상도로 보정하고, 색상과 대비를 향상시켜 각 장면에 최적화된 고화질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하이센스는 지난해부터 AI 프로세서를 TV에 탑재하고 있다.

하이센스가 CES 2024에 전시한 AI 프로세서. AI 프로세서를 탑재한 TV 선명도가 더 높다는 걸 비교해 강조하고 있다./최지희 기자

중국 기업에 앞서 수년 전부터 AI 프로세서를 TV에 적용해 온 한국 기업들은 올해 본격적으로 새로운 AI 기능을 TV에 구현했다.

삼성전자가 새로 공개한 ‘NQ8 AI 3세대’ 프로세서는 2세대 제품보다 8배 많은 512개의 신경망 네트워크와 2배 빠른 AI 반도체(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했다. 삼성전자는 “업계 처음으로 AI를 활용해 자막을 실시간으로 음성 변환하는 기능을 적용했다”고 했다. 이 프로세서가 들어간 NEO QLED 8K TV 신제품은 저화질 콘텐츠를 초고화질 8K로 바꿔주고, AI 딥러닝 기술로 영상 왜곡도 줄여준다. 원하는 음성만 분리해 대화를 명료하게 전달한다.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관계자는 “삼성 TV엔 2020년부터 AI 프로세서가 탑재되기 시작했고, 이번 3세대 칩은 AI 시스텝온칩(SoC) 기술이 집대성됐다”면서 “이젠 TV 칩셋에서도 AI를 관장하는 요소가 중심이 되고 있어 사용자들이 TV에서 실제 경험하는 AI 기능의 발전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피셔 삼성전자 북미법인 상무가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삼성 퍼스트 룩 2024' 행사에서 차세대 AI 프로세서 ‘NQ8 AI 3세대’를 소개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LG전자도 AI 성능을 기존보다 4배 강화한 ‘알파 11′ 프로세서를 내놨다. 올해 LG OLED TV에 탑재되는 알파 11은 흐릿한 사물과 배경을 AI가 스스로 판단해 선명하게 보여주고, 많이 사용된 색상을 기반으로 제작자가 의도한 분위기와 감정까지 고려해 색을 보정해준다. AI 음향 기술은 영상 목소리를 주변 소리와 구분해 또렷하게 보정하고, 화면 아래쪽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TV 중앙에서 나오는 것처럼 바꿔준다. 이전 세대인 ‘알파 9′에 비해 그래픽 성능은 70% 향상됐고, 프로세싱 속도는 30% 빨라졌다. LG전자는 개선된 프로세싱 성능을 기반으로 올해 TV 신제품부터 향후 5년간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제공한다.

오혜원 LG전자 HE사업본부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담당 상무는 “TV의 섬세한 차이를 내는 건 프로세서로, 알파 11은 화면·음향 분석력이 훨씬 정교해졌다”며 “앱 프로세싱 성능이 뛰어나 5년간 완전히 새로운 TV처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