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오는 19일(현지 시각) 미국에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출시한다. /애플 홈페이지 캡처

올해 전 세계 XR(확장현실) 기기 출하량이 전년 대비 두 자릿 수 늘어날 전망이다.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가 다음달 초 미국 시장에서 출시되면서 침체에 빠진 XR 기기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XR은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을 통칭한다.

11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XR 기기 출하량은 전년 대비 390만대 늘어나면서 두 자릿 수 성장이 예상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XR 기기 출하량 전망치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해 XR 기기 출하량이 3000만대 정도인 걸 감안하면, 올해는 3400만대 정도의 XR 기기가 출하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규모다.

XR 기기 출하량은 2020년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줄었다. 그동안 메타와 소니 등이 XR 기기 신제품을 꾸준히 내놨지만 게임 시장을 제외하면 활용도가 떨어져 이를 찾는 이용자가 점차 줄었기 때문이다. 게임 시장에서도 팀을 이뤄 점령지를 차지하는 팀 대전(PVP) 1인칭 슈팅 게임(FPS)을 제외하면 XR 기기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의 비전 프로는 침체에 빠진 XR 기기 시장을 견인할 구세주로 떠오르고 있다. 애플은 오는 19일 미국 내 비전 프로 사전 판매를 시작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 비전 프로는 올해 북미 지역에서만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판매량은 50만대로 많지 않지만, XR 기기 시장의 제2의 부흥기를 견인할 수 있다”라고 했다.

CES 2024 참관객들이 중국 XR 기업 엑스리얼의 AR 스마트글래스를 체험하는 모습. /연합뉴스

애플 비전 프로는 게임 등 특정 콘텐츠를 넘어 컴퓨팅 전반에서 활용될 수 있다. 애플이 비전 프로를 MR 헤드셋이 아닌 ‘공간 컴퓨팅’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게임과 메타버스, 화상 회의를 넘어 PC 등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모든 창작 활동을 대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애플 비전 프로를 통해 VR 기기에 집중했던 메타와 소니도 향후 MR 기기로 눈을 돌릴 수 있다. 게임 등 가상 세계만 체험할 수 있는 VR 기기와 달리 MR 기기는 가상 세계와 현실을 유기적으로 연결, 게임을 넘어 실제 업무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는 기존 VR 기기 업체들이 MR 기기를 새롭게 출시하거나 기존 VR 기기 후속품을 MR 기기를 전환하는 해가 될 것이다”라며 “MR 기기는 휴대폰, PC 주변 기기가 아닌 독립된 새로운 폼팩터(기기 형태)로 자리잡을 수 있다”라고 했다.

한편 오는 12일 막을 내리는 세계 최대 정보통신(IT) 전시회 ‘CES 2024′에서도 새로운 XR 기기들이 대거 공개됐다. 중국 XR 기업 엑스리얼은 티타늄 소재로 무게를 줄인 AR 스마트글래스 ‘에어2 울트라’를 선보였다. 에어2 울트라는 3차원(3D) 카메라로 이미지를 투사하는 동시에 사용자의 손 동작을 감지한다. 홍콩 XR 기업 솔로스테크놀로지는 챗GPT 기능이 탑재된 AR 스마트글래스 에어고3를 공개했다. 실시간 통번역을 제공한다. 레이밴의 모회사 에실로 룩소티카는 메타와 함께 만든 레이밴-메타 AR 스마트글래스로 눈길을 끌었다. 통화와 동영상 시청을 넘어 사진 촬영 등 공간 컴퓨팅이 가능해 애플 비전 프로와 직접 경쟁할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