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내 건강은 어떠니?”
10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4′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내 노스홀. 캐나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누라로직스 전시관에는 21.5인치 태블릿PC 형태의 스마트미러가 전시돼 있었다.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한 ‘매직미러(MagicMirror)’라는 제품 앞에 한 중년 남성이 서니 30초간 얼굴을 인식해 스캔한 다음, 혈압, 심장 박동수, 얼굴 피부 나이 등 각종 건강정보를 알려줬다.
누라로직스에 따르면 매직미러는 센서와 인공지능(AI)를 결합해 질병 징후를 사전에 예측하는 신제품이다. 여기에는 특허를 받은 원격 광혈류측정, 경피(經皮)적 광이미징 기술이 적용됐다. 혈류 정보를 수집해 클라우드로 전송한 뒤 AI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각종 헬스 파라미터를 계산, 정신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우울증 위험까지 알아낼 수 있다.
디지털 헬스테크가 센서, AI, 클라우드 등의 기술 발전에 힘입어 ‘셀프 진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AI나 기기가 검증된 의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도 “CES 2024에 등장한 헬스케어 제품들이 집에서 개인의 건강을 추적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컴퓨터 비전·자연어 처리 기술, 사람 감정 실시간 해독
영국 스타트업 블루스카이 AI는 CES 2024에서 휴대폰·태블릿PC에서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얼굴 표정과 음성을 분석해 건강 상태를 포착하는 플랫폼을 공개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 감정을 식별·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폐증, ADHD, 알츠하이머병 등 얼굴이나 목소리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
미첼 발스타 블루스카이 AI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터 비전과 자연어 처리를 결합해 사람의 감정과 행동의 뉘앙스를 실시간으로 해독할 수 있다”면서 “육안으로 정량화하고 측정하기 어려운 부분을 감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웨어러블 헬스케어 스타트업 유메옥스는 건강 데이터 수집 기술과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결합한 헬스GPT 기반 ‘엑스링(Xring)’을 선보였다. 엑스링은 심박수, 수면 패턴, 혈중 산소 농도 등을 포함한 건강 지표를 분석해준다. 특히 광혈류측정 센서와 AI 알고리즘으로 피부의 미묘한 빛을 흡수해 혈액을 체취하지 않아도 혈당을 파악할 수 있다. 비침습 혈당 모니터링이 당뇨병 환자들의 고통을 해방시켜주는 것이다.
◇ 온도·심전도·산소농도 측정을 한번에
프랑스 위딩스는 게임용 스틱처럼 생긴 ‘빔오(BeamO)’라는 기기를 전시했다. 이 장치는 온도계, 심전도, 산소농도계, 청진기 역할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 광파 센서와 음향 정보를 사용해 혈류 패턴과 온도를 감지, 심장과 폐 건강을 추적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스마트폰보다 작고 휴대성이 뛰어나다”면서 “집에서도 간단한 측정만으로 건강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올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거칠 것”이라고 했다. 가격은 250달러(약 33만원) 수준이다.
네덜란드 EW2헬스는 AI를 활용해 사용자의 체중 변동 패턴을 학습하고 실제 체중 추이를 예측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EW2헬스 창업자인 레나토 로매니 박사는 “개인의 체중은 수분 공급, 약물 복용 등으로 하루에 최대 3Kg까지 바뀔 수 있다”면서 “정확한 체중 변화 추이를 확인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