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이달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가운데,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혁신 제품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올해는 주요 기술 카테고리인 디지털 헬스케어를 비롯해 뷰티테크, 웨어러블 분야에서 AI를 접목한 전 세계 스타트업 제품이 혁신상을 휩쓸었다.

미국 스타트업 님블뷰티의 'AI 스마트 네일 살롱'. 고해상도 마이크로 카메라로 손톱을 스캔하고 5개 축의 로봇 팔이 매니큐어를 바른다./님블뷰티

4일 CES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와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가정용 스마트 네일 살롱’이 이번 전시회에 등장한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관리할 수 있는 기기로, AI와 로봇 공학 기술이 기반이다. 미국 스타트업 님블뷰티가 만든 ‘님블 스마트 네일 살롱’은 270도를 커버하는 손톱 스캔 기술로 손톱을 매핑하고, 20개 이상의 알고리즘으로 매니큐어 투어량을 계산한다. 사용자는 특수 포장된 매니큐어 캡슐 33가지 중 마음에 드는 색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미세 모터가 달린 로봇 팔이 5개 축으로 움직이며 사람 손가락 동작을 모방해 손톱에 페인팅하는 방식이다. 특허 30개가 등록된 이 제품은 CES 2024 혁신상을 받았다.

홍콩 스타트업 가이디의 AI 가이드 벨트./가이디 유튜브 캡쳐

시각 장애인을 안내하는 AI 스마트벨트도 이번 전시회에서 볼 수 있다. 혁신상을 받은 홍콩 스타트업 가이디(GUIDi)의 AI 가이드 벨트는 초소형 정밀기술(MEMS)과 첨단 AI 기술을 사용해 정확하게 경로를 안내해준다. 인터넷이나 GPS가 연결되지 않아도, 듀얼 광각 카메라와 센서 통합 기능을 갖춘 맞춤형 에지(기기) AI 모듈로 주변을 스캔하고 고도로 지능적인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구현한다. 햅틱 내비게이션 시스템으로 방향을 알려주는 진동을 보내고 음성 명령을 인식해 사용자는 장애물이 없는 경로로 이동할 수 있다.

마스크 형태의 웨어러블 호흡 모니터링 기기 '루아'./루아랩 제공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루아랩은 마스크처럼 기기를 착용해 수면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호흡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혁신상을 받았다. 언뜻 보면 코 부분만 가리는 마스크처럼 보이는 이 기기는 호흡 센싱 시스템으로 수면 무호흡증 등 호흡 패턴을 모니터링하고 AI로 수면 정보를 분석한다. 통상 기존 수면 검사는 다중 센서 여러 개를 몸에 부착해야 하는 반면, 이 제품은 마스크처럼 언제든 쉽게 착용할 수 있어 호흡기 건강과 수면 패턴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데 용이하다. 수면다원검사 비용의 10분의 1 수준으로 AI 기반 전문적인 수면 분석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게 루아랩의 설명이다.

캐나다 스타트업 글룩스킨드의 AI 유모차./글룩스킨드 웹사이트 캡쳐

‘차세대 육아’를 강조하는 AI 유모차도 전시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첨단 로봇 공학과 지능형 AI 기술을 탑재한 캐나다 스타트업 글룩스킨드의 AI 유모차 ‘로사’는 힘을 들이지 않고도 유모차를 끌고 다닐 수 있게 설계됐다. 스마트 브레이크가 달려 유모차에 손을 대지 않아도 내리막길에서 천천히 내려가다가 멈추고, 오르막길은 500와트 듀얼 모터 파워트레인으로 쉽게 올라간다. 유모차를 앞뒤로 부드럽게 흔들어 아이를 재울 수 있는 자동 흔들 모드와 백색 소음도 제공한다. 또 지능형 얼굴 인식 기능을 넣어 유모차에 아무나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제품도 CES 2024 혁신상을 받았다.

주변 대화를 안경 화면에 자막으로 투사하는 스마트 안경과 실시간 추적 센서와 통신 기능 등을 탑재한 스마트 헬멧./CTA

이 밖에 현장 작업자의 안전을 개선하는 스마트 안전 헬멧, 소리를 즉각 텍스트로 전환해 안경 화면에 띄우는 스마트 안경 등 다양한 혁신상 수상 제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인도 딥테크 스타트업 프록스기(Proxgy)가 만든 스마트 헬멧에는 실시간 추적 센서, 상태 모니터링, 가스 누출 감지기, 라이브 오디오·비디오 통신 등의 기능이 탑재됐다. 이 제품은 위험한 상황을 감지하면 작업자에게 즉시 경고하고 AI 플랫폼에 연동해 안전 조치를 강화한다. 잰더(Xander)가 만든 스마트 안경은 마이크, 프로세서, AR(증강현실) 디스플레이를 결합해 주변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착용자 시야에 정확하게 자막을 투사한다. 청력이 약한 이들을 위해 고안된 기기로, 클라우드에 연결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