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HBM3E./삼성전자 제공

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필수 공정인 화학기계적연마(CMP)가 주목받고 있다. HBM 생산이 늘어나면 CMP 공정 횟수도 증가해 여기에 투입되는 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의 공급 물량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4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월 HBM 캐파(생산능력)는 웨이퍼 환산 기준 지난해 2분기 2만5000장에서 올해 4분기 15만장~17만장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캐파도 3만5000장에서 12만~14만장 규모로 늘 것으로 추정된다.

CMP 공정은 웨이퍼 표면을 평탄화하는 작업이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생산되는데, CMP 공정을 통해 D램 표면을 평탄화해 칩의 두께를 최소화한다. HBM 생산에 핵심이 되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을 진행하면서 표면에 넘치는 구리층을 평탄하게 만드는 데 쓰인다. HBM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CMP 공정 횟수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CMP 공정의 중요성이 커지자 케이씨텍과 솔브레인, 에프엔에스테크 등 CMP 공정에 쓰이는 소재와 부품, 장비를 납품하는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케이씨텍은 CMP 장비와 CMP 공정에 투입되는 소재인 CMP 슬러리(Slurry)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씨텍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CMP 장비를 보유하고 있고 SK하이닉스와 CMP 슬러리를 공동으로 개발했다. CMP 슬러리는 CMP 공정에 활용되는 연마제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HBM 스택(Stack) 수가 증가할수록 더 많은 CMP 공정이 필요해 케이씨텍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와 소재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라며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14%, 50% 증가한 2400억원, 5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솔브레인은 업계 최초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HBM용 CMP 슬러리를 납품한 것으로 알려진 반도체 소재 업체다. 솔브레인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반도체 소재 사업 부문의 매출액은 4877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75%를 차지한다. 솔브레인은 CMP 공정용 CMP 슬러리 뿐만 아니라 High-K와 지르코늄(Zr), 하프늄(Hf) 등 고부가 소재를 메모리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솔브레인도 HBM 생산량 증가에 CMP 슬러리 공급 물량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 류형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CMP 슬러리 중 일부 HBM향 제품군의 경우, 솔브레인이 독점 공급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CMP 시장 저변 확대로 솔브레인이 수혜를 입어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4%가량 증가한 165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프엔에스테크는 CMP용 패드를 국산화해 납품하고 있다. CMP 패드는 CMP 공정 시 슬러리를 웨이퍼에 공급하고 배선과 배선을 절연하기 위한 절연막을 연마하는 소모품이다. CMP 패드는 CMP 슬러리와 함께 평탄화 공정의 핵심 부품, 소재로 꼽힌다. 현재 CMP 패드 시장 규모는 1조원 수준으로 국내 시장은 2500억원으로 추산된다. 미국 화학소재 기업 듀폰이 글로벌 CMP 패드 시장 점유율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CMP 패드 수요가 급증해 지난해 약 80억원이었던 CMP 패드 매출액이 올해 2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