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자사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전용폰’ 출시 경쟁에 뛰어들었다. 기존 갤럭시 퀀텀(SK텔레콤), 갤럭시 점프(KT), 갤럭시 버디(LG유플러스) 시리즈를 넘어 다양한 단말기를 전용폰으로 활용, 가입자 수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출시한 KT 전용폰 ‘갤럭시 점프3′가 인기를 끈 것도 영향을 미쳤다.

29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는 삼성전자와 내년 출시할 퀀텀5, 점프4, 버디3 출시를 위한 제품 기획과 함께 삼성전자의 갤럭시 A시리즈를 전용폰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중저가폰으로 나온 A시리즈를 전용폰으로 판매할 경우 가입자 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 전용폰은 특정 통신사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휴대폰을 말한다. 대형마트나 가전양판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같은 개념이다. 통신사가 제품 기획부터 단말기 제조사와 협업해 출고가와 스펙(사양) 등을 결정한다. 그렇다고 통신사 전용폰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인 건 아니다. SK텔레콤의 갤럭시 퀀텀4는 갤럭시A54, KT가 내놓은 갤럭시 점프는 갤럭시A32에 해당한다. 삼성 갤럭시 A시리즈 중 특정 모델이 통신사 전용폰으로 판매되는 구조다.

◇ 기존 ‘퀀텀·점프·버디’ 전용폰 넘어 새 라인업 논의

통신사 전용폰은 연간 50만~100만대 정도가 팔린다. 갤럭시 S시리즈가 국내에서만 연간 500만대(전 세계 3000만대) 이상 판매되는 걸 감안할 때 많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통신사가 전체 수량을 확보해 판매하는 ‘입도선매’ 방식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단말기 제조사 입장에서는 재고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나온 KT의 40만원대 갤럭시 점프3가 출시 한 달 만에 50만대 넘게 팔리면서 통신사 전용폰의 인기를 증명했다. 2020년대 들어 주춤했던 전용폰으로 통신사가 다시 눈을 돌리게 된 배경이다.

그래픽=정서희

KT 관계자는 “2021년 내놓은 갤럭시 점프 시리즈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라인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라며 “단말기 제조사와 라인업 확대를 위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도 “통신사 전용폰은 락인(lock-in·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것)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라며 “갤럭시 퀀텀폰을 찾기 위해 SK텔레콤으로 넘어오는 수요가 있을 정도다”라고 했다.

◇ 전용폰 대다수가 중저가폰… 통신비 인하에 긍정적

SK텔레콤, KT와 달리 LG유플러스는 올해 전용폰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내놓은 갤럭시 버디2의 판매량이 저조해 올해 출시 예정이었던 갤럭시 버디3 출시를 연기한 것이다. 하지만 LG유플러스도 전용폰을 없애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버디 시리즈를 그대로 유지할지,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한편 대다수 통신사 전용폰이 50만원 미만 중저가폰인 만큼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해 중저가폰 출시 확대를 요구하는 정부 정책에도 부합한다. 특히 전용폰은 통신사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공시지원금을 공격적으로 집행하는 만큼 통신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KT 갤럭시 점프3의 경우 공시지원금 15만원과 추가지원금 2만2500원을 받으면 실구매가는 26만6400원으로 낮아진다. 24개월 할부로 구입했을 때 월 1만1100원만 내면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통신 업계는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산 저가폰을 전용폰으로 활용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삼성 갤럭시폰으로 완전히 눈을 돌린 상태다. 중국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낮아 판매량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나온 샤오미 홍미노트12 시리즈의 경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전용폰으로 나왔지만 판매량이 30만대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