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112040)는 내년 출시 예정인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레전드 오브 이미르(Legend of YMIR)’ 개발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했다. 자회사 위메이드엑스알이 개발 중인 레전드 오브 이미르 콘셉트 기획용 샘플 이미지와 원화 제작 초기 스케치 등의 작업을 AI가 담당하고 있다. 위메이드 자회사 위메이드플레이도 AI를 통해 디자인한 캐릭터를 게임에 적용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내년 출시 예정인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레전드 오브 이미르(Legend of YMIR)’ 이미지./위메이드 제공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게임사들은 AI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게임 세계관(시나리오), 게임 맵, 캐릭터 일러스트, 아이템 등 게임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개발은 물론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콘텐츠 제작에도 AI를 활용하기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게임사들에게 AI 기술이 게임 제작의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게임성을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될지 업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AI 연구·개발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곳은 엔씨소프트(036570)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1년 게임업계 최초로 AI 연구 조직을 꾸린 이후 지속적으로 규모를 키워 현재 전문 연구개발 인력만 약 300명에 달한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업계 최초로 자체 AI 대규모언어모델(LLM) ‘바르코(VARCO)’를 공개한 것이다. 바르코는 엔씨소프트의 LLM 통합 브랜드로, 기초·인스트럭션·대화형·생성형 모델로 구성된다.

바르코 기반 생성형 AI는 조만간 게임 제작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텍스트 생성형 AI 버시스인 바르코 텍스트의 경우 게임 시나리오, 퀘스트, 대사 등 콘텐츠 생성을 자동화하는 서비스로, 현재 사내에서 파일럿 테스트(선행 연구)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 내에 바르코 텍스트, 바르코 아트, 바르코 휴먼 등 생성형 AI 플랫폼 3종을 ‘바르코 스튜디오’로 묶어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중 하나인 넥슨 역시 자사 AI연구소인 인텔리전스랩스를 통해 AI 게임 중계, AI NPC(플레이어가 조작하지 않는 캐릭터) 서비스 등을 개발 중이다. 최근엔 넥슨의 유럽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가 개발해 베타테스트에 들어간 ‘더 파이널스’ 게임 내 내레이션과 캐릭터 음성 일부를 TTS(텍스트-음성 변환) AI가 생성한 음성을 사용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TTS는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AI가 실제 사람이 녹음한 것처럼 음성을 합성하는 기술이다.

컴투스 역시 게임 개발 및 운영, 나아가 서비스 분야에 AI를 활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개발 분야의 경우 조직별로 콘셉트 아트, 모델링, 배경 음악, 효과음 등 게임 개발에 필요한 리소스 생성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운영 분야에서는 AI로 운영 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해 유저 이탈 시뮬레이션 및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있고, 서비스 분야에서는 유저 커뮤니티 내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AI 분석 리포트, AI 자동 번역 등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일부 그룹사의 게임 CS와 임직원들 위한 사내 생활 전반 Q&A에 챗봇이 투입된 상태다.

그래픽=손민균

국내 게임사들의 AI 연구가 글로벌 학계에서 인정 받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세계 최대 규모 AI 학회 ‘뉴립스(NeurIPS) 2023′에 참가해 ▲이미지 생성 AI 모델 사용 시 부적절한 이미지의 생성 방지 ▲절차적 생성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계층적 작업구조를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강화학습 기법 ▲특수 도메인에 대한 지식과 추론 능력을 갖춘 소규모 언어모델 ▲특수한 분야에서도 효과적으로 동작하는 시각·언어모델 ▲낮은 품질의 데이터로도 모델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최적화 기법 등 총 5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지난 8월 세계적 권위를 지닌 음성 AI 학회 ‘인터스피치’(INTERSPEECH)에 4년 연속으로 논문을 게재했다. ▲사용자 정의 호출어 인식 기술 ▲기존 감정인식 기술을 대폭 개선한 새로운 멀티모달 감정인식 기술 개발 ▲서버 통신 없이 웹브라우저에서 구동 가능한 고속·경량 호출어 인식 모델 제안 등이다. 엔씨소프트는 이 논문들이 사람과 AI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이뤄내기 위한 기반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게임사들이 AI에 집중하는 주된 이유는 생산성 증대를 통한 인건비 절감을 이뤄내기 위해서다. 일례로 엔씨소프트는 올해 3분기 기준 인건비로만 전체 매출(4231억원)의 절반가량인 1983억원을 지불했다.

해외 게임사들은 이미 AI 덕을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중국, 대만 등 중화권 게임사들은 스테이블디퓨전, 미드저니와 같은 그림 AI를 게임 제작에 도입하고 있다. 중국 넷이즈가 개발한 MMORPG ‘역수한(Justice Online)’에도 생성형 AI가 활용됐다. 중국 게임업계는 AI 시스템 도입으로 캐릭터 아트 제작을 위한 외주 비용을 8000위안(약 146만원)에서 2000위안(한화 약 37만원) 수준까지 줄였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AI가 게임에 재미를 더하고 나아가 게임의 진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는 게임 제작에 AI를 활용하는 게 이제 걸음마 단계이지만, 주요 게임사 대부분이 AI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제작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