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일대 모습. /연합뉴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제조사들의 감산 종료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내내 이어진 공급과잉 국면이 끝나고 내년부터는 다시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공급부족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시 공급을 늘려 시황 회복에 따른 이익 규모를 최대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찍고 오르면서 공급 업체들의 감산 종료 시점을 저울질 중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낸드 플래시 생산 기지인 중국 시안 공장 가동률은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3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말까지 가동률을 최소 절반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도 최대 D램 생산 거점인 중국 우시 공장 가동률을 연말 75~80% 수준으로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마이크론도 4분기 D램 웨이퍼(Wafer) 투입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가장 빠르게 D램 감산에 돌입했던 미국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서서히 D램 생산을 정상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다시 공급 규모를 늘리는 배경에는 예상보다 빠르게 D램 시장을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특히 D램의 경우 내년 초부터 공급 부족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재고조정을 마친 스마트폰, PC 업체들이 다시 D램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D램, 낸드 수요는 전년 대비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생산량은 10% 이하로 공급부족이 될 것”이라며 “서버, 스마트폰, PC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미세공정 전환 및 고부가 메모리 생산 집중으로 전체 생산량을 크게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1월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고정거래가격은 1.55달러까지 오른 상태다. 9월까지 DDR4 8Gb D램 고정거래가격은 1.30달러였지만, 10월 1.50달러로 15.38% 오른 데 이어 두 달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고 있다. 지난 11월 낸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4.09달러로, 9개월 만에 4달러대를 회복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감산을 종료하기엔 성급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성급하게 감산을 종료하면 다시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재고가 많이 쌓이고, 가격 회복이 더딘 낸드플래시와 DDR4 등은 감산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누적된 재고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고 시장이 정상 궤도에 돌아왔다는 명확한 지표는 내년 이후에야 확인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기존에 밝힌 감산 기조와 관련해 크게 달라진 움직임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