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7일 유임에 성공하면서 내년도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 진용이 갖춰졌다. 올해 8월 말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영섭 KT 사장은 취임 100일을 맞이했으며,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역시 지난달 24일 연임을 확정했다.

통신 3사 CEO들은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5G 신규 가입자 증가는 올해 1~5월만 해도 매달 40만~50만명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 6월 30만명대로 떨어졌고 지난 9월에는 20만명대까지 낮아졌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 CEO들이 신사업에서 수익을 가시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그동안에는 인공지능(AI)과 신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왔다면, 내년에는 이 부문에서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김영섭 KT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조선비즈

◇ SKT·KT·LG유플러스, 조직개편서 ‘AI’에 무게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2024년 조직개편을 발표하면서 “2024년은 ‘AI 피라미드 전략’의 실행력을 극대화해 변화와 혁신의 결실을 가시화시켜야 하는 매우 중요한 해”라고 했다. ‘AI 피라미드 전략’은 ▲AI 인프라 ▲AIX(인공지능 전환) ▲AI 서비스 등 3대 영역을 중심으로 자강과 협력에 기반한 산업과 생활 전 영역을 혁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 사장은 지난 9월 AI 관련 투자를 과거 5년보다 3배 이상 확대, 오는 2028년에는 매출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사업부 체계를 ‘AI서비스사업부’ ‘글로벌·AI테크사업부’ ’T-B 커스터머사업부’ ‘T-B 엔터프라이즈 사업부’ 등으로 재편하고 통신에 특화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AI 솔루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글로벌 솔루션 오피스’와 ‘글로벌 솔루션 테크’도 신설했다.

김영섭 KT 사장 역시 지난달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AI 등 핵심 기술 역량 강화로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KT는 2024년 조직개편에서 기존 IT부문과 융합기술원(R&D)을 통합해 ‘기술혁신부문’을 신설했다. 또한 AI 테크 랩을 신설해 AI 분야 기술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밖에 KT는 ‘KT컨설팅그룹’을 신설했다. KT는 기술혁신부문장(CTO)에는 야후,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 오승필 부사장을, 기술혁신부문 산하 KT컨설팅그룹장에는 삼성SDS·MS·아마존웹서비스 출신 정우진 전무를 영입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AI, 콘텐츠, 고객을 3대 축으로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내년 상반기 통신 서비스 분야에 특화된 생성형 AI ‘익시젠’을 선보일 것”이라며 “통신 시장의 정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는 AI 사업을 한층 더 적극적으로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전환(DX) 역량을 강화해 AI 고객센터(AICC), 화물 중개 플랫폼, 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에서 조기에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AI와 신사업, 기존 통신 사업에서 고객 경험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CEO 직속 고객경험(CX·Customer experience)센터를 신설했다.

◇ “차별화된 AI 사업 전략, 수익화 신중히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통신 3사가 과거에도 플랫폼 사업을 강력히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기에 AI 사업의 특성을 파악하고 어떻게 수익화에 성공할 지를 면밀히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신사의 AI 사업 전략이 빅테크 기업과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인지, 조직구조가 AI 사업을 추진하기에 적합한지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통신 사업의 성장성이 둔화된 상황에서 AI 사업을 어떻게 수익화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신 3사가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 삼성전자·LG전자 등 디바이스(기기) 기업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통신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가지고 자리를 잡을지가 중요하다”면서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 이를 어떻게 수익과 연결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 3사 입장에선 당장 내년 4월 총선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될 수 있다. 이성엽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통신 요금 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민수 교수는 “내년 총선에서는 취약계층의 요금감면 이야기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