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GPT 달리

네이버가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동영상 플랫폼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8월 숏폼(짧은 동영상) 서비스인 ‘클립’을 선보인 데 이어 이달 중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중계) 서비스 ‘치지직’ 베타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클립은 시작부터 사용자 호응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치치직에 대해서도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 클립, 정식 서비스 전환했지만 시작부터 고전

네이버가 유튜브 ‘쇼츠’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 대항해 내놓은 숏폼 서비스 클립은 나우를 기반으로 콘텐츠 업로드가 이뤄진다. 10일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네이버 동영상 플랫폼 ‘나우’의 지난 10월 방문자 수는 48만3702명(모바일+PC)으로 전월(49만4365명) 대비 약 1만명, 2개월 전(56만4001명)보다 8만명 넘게 감소했다.

네이버는 클립을 키우기 위해 지난 8월부터 베타서비스 형태로 쇼핑·라이프와 홈, 뉴스·콘텐츠 등 3개로 나눠진 모바일 앱의 하단 탭을 4개 탭(홈·콘텐츠·쇼핑·클립)으로 개편했다. 다양한 숏폼을 모아볼 수 있는 클립 탭을 새롭게 마련한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2일부터는 클립을 정식 서비스로 전환했다.

하지만 클립의 사용자 성장 추이는 지지부진하다. 모바일 앱만 봐도 오히려 사용자 수가 줄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 앱 월간 실 사용자 수는 지난 8월 3950만명에서 9월 3911만명, 10월 3883만명, 11월 3857만명으로 줄었다.

나우 앱의 월간 실 사용자 수도 8월 52만4007명에서 11월 40만177명으로 10만명 넘게 감소했다. 이에 네이버는 기존 네이버 콘텐츠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의 숏폼 제작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회사는 현재 블로거 등 텍스트 기반 창작자들이 숏폼(짧은 동영상)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클립 크리에이터 스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동영상 서비스 줄줄이 실패한 네이버… ‘치지직’이 마지막 희망

네이버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 베타서비스를 오는 19일 시작할 예정이다. 정식 출시는 내년 2월이 목표다. 치지직은 클립과 함께 네이버가 향후 핵심 동영상 서비스로 키우고자 하는 서비스다. 그동안 네이버는 나우와 함께 V라이브, 네이버TV, 시리즈온 등 여러 동영상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실패했다. V라이브는 지난해 말 서비스를 종료했고, 네이버TV도 나우에 완전 통합돼 사라질 예정이다.

네이버는 최근 글로벌 게임 특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가 내년 2월 27일까지만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혀 해당 서비스의 사용자가 치지직에 흡수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트위치의 지난달 월간 실 사용자 수는 119만명으로 아프리카TV(120만명)와 맞먹는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트위치의 사용자들을 성공적으로 유입할 수 있다면 치지직의 사업가치는 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트위치 내 인기 방송인 일부가 이미 네이버와 이적 협의 중임을 고려하면 사용자 유입은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치지직이 아프리카TV·유튜브 등 경쟁 플랫폼에 밀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트위치 서비스 종료 소식이 알려지자 네이버 대신 아프리카TV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프리카TV 주가는 지난 6일 전 거래일 대비 가격 제한 폭(29.91%)까지 오르며 8만3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위치의 사업 철수로 아프리카TV는 오히려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영상이 콘텐츠 생태계 핵심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네이버가 클립과 함께 치지직마저 실패한다면 앞으로 청소년·청년 사용자 유입에 어려워지고 플랫폼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원장은 “그동안 네이버가 이커머스에 주력하면서 검색 품질이 떨어졌고, 이 알고리즘에 동영상 서비스 품질도 영향을 받았다”며 “특별한 전략도 없이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를 비슷하게 따라하려고만 하는데, 그러기에는 이미 대채제가 많고 차별화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네이버가 유튜브처럼 글로벌 플랫폼도 아니고 아프리카TV처럼 특유의 ‘B급 정서’를 가진 플랫폼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포지션이라 클립은 물론 치지직도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