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특정 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5G(5세대 이동통신) 특화망 ‘이음5G’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음5G에서도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20배 빠른 28기가헤르츠(㎓) 주파수는 찬밥 신세다. 이음5G를 구축하는 기업·기관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28㎓ 사용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28㎓ 주파수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활용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7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해 할당·지정된 이음5G 17건 가운데 28㎓ 주파수를 활용하는 경우는 2건에 불과했다. 자사 연구개발 검증센터와 대전 대덕대 내 군사훈련 체험관에 이음5G를 활용하는 뉴젠스와 삼성서울병원에 실감형 의료 교육 서비스를 추가로 구축하는 KT MOS북부가 대표적이다.
이음5G는 특정 장소에 한정해 사용할 수 있는 5G망을 말한다. 전국 단위의 망 설치가 필요한 이동통신과 달리 이음5G는 폐쇄형 서비스로 기업·기관이 직접 주파수를 할당받아 기지국을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음5G를 프라이빗5G라고 부른다. 특정 장소에서 허용된 인원에게만 개방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미국 AT&T, 버라이즌, 유럽 도이치텔레콤 등이 서비스 중이고 노키아, 지멘스, 삼성전자, 화웨이 등이 이음5G 관련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 28㎓ 주파수 투자비 부담에 이음5G 사업자들도 외면
정부는 이음5G가 안정적인 고속·대용량 통신이 가능한 만큼 특화된 맞춤형 네트워크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필요한 면적에서만 쓸 수 있는 주파수를 할당받으면 되기 때문에 전국망 대비 주파수 할당 비용과 기지국 의무 구축 부담이 적다.
하지만 이음5G에서도 28㎓ 주파수는 외면받고 있다. 이음5G 사업을 진행하는 24개 기업·기관 중 7곳만 28㎓ 주파수를 할당·지정받았다. 이 가운데 28㎓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는 기지국을 설치한 곳은 네이버클라우드와 LG CNS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2월 이음5G 주파수 할당이 시작된 후 현재까지 28㎓ 주파수 활용 사례는 4곳인 셈이다.
이음5G 사업을 신청하는 대다수 기업·기관은 28㎓ 주파수보다 4.7㎓를 선호하고 있다. LTE 대비 20배 빠른 5G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28㎓ 주파수가 필요하지만, 도달거리가 짧아 막대한 기지국 구축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4.7㎓ 주파수로 커버할 수 있는 면적을 28㎓ 주파수를 사용할 경우 5~6배 많은 기지국 구축 비용이 드는 것으로 통신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 “통신 3사가 다시 28㎓ 주파수 쓰도록 유도해야”
정부는 통신 3사가 포기한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에도 28㎓ 이음5G를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업계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 통신 3사 입장에서는 이미 포기한 사업에 다시 들어갈 이유가 없고, 통신 서비스 경험이 없는 기업과 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 이어 이음5G에서도 28㎓ 주파수가 찬밥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정부의 28㎓ 정책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실패를 인정하고 원점에서 주파수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통신 3사가 6000억원이 넘는 손해를 보면서 포기한 28㎓ 주파수를 어떤 기업·기관이 이음5G에 활용하겠는가. 정부의 28㎓ 관련 정책은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통신사가 다시 28㎓ 주파수 사업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주파수 할당 대가 인하, 기지국 의무 구축 축소 등 전향적인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