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방통위는 위원 1명만 남은 ‘1인 방통위’ 체제가 돼 이 전 위원장이 임명받은 지 98일 만에 또다시 식물 위원회가 됐다. 이 전 위원장 사퇴 전 방통위는 상임위원 정원 5명 중 3명이 공석이었다.

방통위는 올해 5월 말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점수를 낮게 조작한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한상혁 전 위원장이 면직되기 전까지도 사실상 식물 상태였다. 한 전 위원장 면직 후에는 김효재 전 상임위원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여권 추천의 이상인 현 부위원장, 야권 추천의 김현 전 상임위원과 함께 3인 체제의 방통위를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 8월 말 김효재·김현 전 상임위원이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전문가들은 1인 방통위가 사실상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3조(회의)’에선 위원회 개의 요구 정족수를 ‘위원장 단독’ 또는 ‘2인 이상의 위원 요구’가 있을 때로 규정하고, 재적 위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토록 하고 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2명이 안건을 상정해야 하는데, 1인 체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회의를 개최하더라도 ‘재적 위반 과반 찬성’을 받으려면 2명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1인 방통위 운영이 가능한지에 대해 “합의체 기관에서 1인 체제로 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안건을 심의 의결할 수 있는지 여부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당은 그동안 이동관 전 위원장의 탄핵 사유 중 하나로 상임위원 2인 만으로 의사를 진행하며 안건을 의결한 게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설치법상 재적위원은 법정 위원 수가 아닌 현 재적 위원이라는 게 법제처, 판례, 법률자문 등의 일관된 해석이다. 재적 2인의 과반수인 2인의 찬성으로 위원회 안건을 심의, 의결하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방통위는 현재 산적한 과제가 많다. 방통위는 이달 말까지 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KBS 2TV, SBS, MBC UHD 등 지상파 재허가 심사를 끝내야 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종편과 보도채널 재승인 심사 등을 진행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위원장 탄핵이 아닌 사퇴로 방통위의 식물상태 기간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탄핵 절차에 들어갈 경우 탄핵이 결정될 때까지 방통위 업무가 중단되는데, 현 상태에서는 방통위원장 지명 후 방통위가 3일 이내 인사청문 요청서를 만들어 행정부가 국회에 제출하게 되면, 국회는 이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내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 빠르면 이달 내 지명도 가능하다.

현행 방통위 체제에 대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유홍식 교수는 “방통위는 현재도 2명의 위원으로 운영되며 식물화돼 있었다”며 “여야가 3대2로 나뉘어 정치 후진주의가 발동하는 방통위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영방송만을 담당하는 공영방송위원회를 만들고 나머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련 과와 통합해 독립된 역할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