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엑스(X)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AFP연합뉴스

‘챗GPT’ 개발사 오픈AI 창립 멤버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을 우려하는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머스크의 발언은 최근 AI 상업화와 안전을 놓고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이사회가 충돌한 직후라 주목된다. 앞서 머스크는 오픈AI가 지나치게 수익화를 추구한다면서 오픈AI를 떠난 바 있다. 최근 머스크는 오픈AI의 챗GPT에 대항할 ‘그락(Grok)’을 선보였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머스크 CEO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올트먼을 오픈AI에서 쫓아내는데 주도했던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최고과학자를 언급하며 “이 편지는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했다. 머스크는 이 같은 질문과 함께 로이터 보도를 함께 링크했다. 로이터 보도에는 오픈AI 연구진들이 큐스타(Q*)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편지를 이사회에 보냈고 이 편지가 올트먼의 주요 해고 사유라는 내용이 담겼다. 큐스타는 초등학생 수준의 수학 문제를 푼 것으로 전해졌다.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사고하고 학습할 수 있는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의 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 20일에도 X 계정에 “일리야는 훌륭한 도덕적 나침반을 가지고 있고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그는 그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 한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일리야 수츠케버 최고과학자는 ‘딥러닝의 아버지’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의 수제자로 AI를 경계해야 한다는 신념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에서 승승장구하던 수츠케버를 오픈AI로 영입한 사람이 바로 오픈AI 초창기 창립 멤버였던 머스크다. 머스크는 그레그 브로크먼 전 오픈AI 이사회 의장에게도 “제발 큐스타가 지배적인 종이 되게 하지 말아달라”는 댓글을 달았다.

머스크는 지난 2015년 올트먼 등과 함께 오픈AI를 세웠다. 당시 오픈AI는 인류에 이익을 주는 AI 개발을 목표로 AI 정보를 오픈소스화하겠다는 게 목표였다. AI 개발과 관련한 소프트웨어나 데이터, AI 개발 툴, AI 개발 플랫폼 등까지 개방적으로 운영해 인류 모두에 공동의 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픈AI가 설립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가자 머스크는 2018년 2월 회사를 떠났다.

머스크는 지난 4월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회사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기업이 되길 바라며 이름을 ‘오픈AI’로 지었는데 창업 정신과는 반대로 폐쇄적 AI 개발 생태계로 전환해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됐다”며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아들인 지금의 오픈AI는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으로 전락해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졌다”고 했다.

이후 머스크는 지난 7월 오픈AI의 대항마를 만들겠다며 생성형 AI 업체 ‘xAI’를 세웠다. 불과 3개월 뒤인 지난 4일 xAI는 첫 AI 챗봇 서비스 ‘그락(Grok)’을 출시했다. 그는 “일반적인 GPT와 다르게 그락은 가장 최신 정보들을 갖추고 있다”며 “그락은 풍자(sarcasm)를 좋아하는 재미있는 시스템으로 설계됐다”고 했다.

머스크가 오픈AI를 떠난 것이 철학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시각도 있다. 머스크는 올트먼에게 “오픈AI가 구글에 치명적으로 뒤쳐져 있다”며 자신이 지휘봉을 잡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트먼을 포함한 다른 창업자들이 모두 이를 거절했고, 이 때문에 머스크가 오픈AI를 나왔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오픈AI에 1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머스크의 퇴사로 자금 지원도 없던 일이 됐다.

현재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 역시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테슬라는 2017년 보급형 전기 세단 ‘모델3′ 출시 후 ‘생산 지옥’에 빠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의 과도한 자동화를 추진하면서 오히려 생산량이 떨어졌고 로봇 대신 인력을 투입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수년이 걸렸다. 2018년 상반기에만 모델3의 생산을 세 차례나 중단했다. 생산 지옥이라는 단어는 머스크가 썼던 표현으로, “두 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