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로고./로이터연합뉴스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갑작스럽게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의 급격한 인공지능(AI) 사업화 욕심이 회사 내·외부에서 찬반 논란을 일으키며 제동이 걸린 것이다. 올트먼 전 CEO는 오픈AI 이사회로부터 해고된지 이틀 만에 오픈AI의 최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로 자리를 옮겼다. 오픈AI 직원 700명 중 505명이 올트먼 전 CEO를 복귀시키지 않으면 그를 따라 마이크로소프트(MS)로 이직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놓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올트먼 전 CEO는 오픈AI의 공동 창업자이자 수석 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와 생성형 AI 개발 속도, 상용화 방법, 대중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피해를 줄이는 데 필요한 방법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 방법과 관련해서도 이사진과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의 해임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17일(현지시각)이었는데 그는 전날 밤까지도 이사회의 동향을 감지하지 못했고, 기습적인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직접 세운 회사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회사의 CEO가 하루 아침에 쫓겨나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올트먼은 지난 6일 오픈AI 창립 후 첫 번째 개발자 회의를 열고 새로운 대규모언어모델(LLM) ‘GPT-4 터보’를 선보이면서 오픈AI의 비전을 제시했다.

올트먼이 갑작스레 쫓겨난 것은 오픈AI 내부 갈등이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저널리스트 캐런 하오는 “챗GPT의 폭발적인 성공은 오픈AI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줬다”며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오픈AI의 서버가 반복적으로 다운됐고 트래픽 모니터링 도구도 반복적으로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회사 내 안전팀이 개발 속도를 늦추기 위해 노력했으나 기능을 구축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반면, 제품팀은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자 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블룸버그는 투자 제안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올트먼은 엔비디아가 만든 프로세서와 경쟁할 AI 칩 스타트업(신생기업)을 만들기 위해 중동 국부펀드로부터 수백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다”며 “소프트뱅크 회장 마사요시 손에게도 구애를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올트먼 전 CEO의 이 같은 공격적인 확장 정책이 당초 회사가 추구했던 방향과 달라지자 이사진과 충돌이 불가피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 6월 9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파이어사이드 챗 위드 오픈AI'(Fireside Chat with OpenAI)를 개최했다. 사진은 샘 올트먼 전 오픈AI CEO./소프트뱅크벤처스 제공

올트먼은 지난 2015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피터 틸 클래리엄 캐피털 사장 등과 함께 인류에게 도움이 될 디지털 지능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오픈AI를 세웠다. 당초 비영리를 목적으로 회사를 세웠던 것이다. 그러나 오픈AI는 자금 조달에 한계가 명확해지자 2019년쯤부터 유한 투자회사 오픈AI 글로벌을 통해 외부 자금을 유치해왔다. 회사가 영리 목적으로 바뀐 이후 올트먼은 오픈AI의 지분을 갖지 않기로 해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오픈AI의 최대 협력 파트너가 된 마이크로소프트가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올트먼은 이사회 일원이자 수석 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와도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츠케버가 지난 7월 초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는 AI 통제를 위해 새로운 팀을 구축한 것과 관련해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수츠케버는 “올트먼이 AI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오픈AI의 사업을 구축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NYT는 또 “AI가 가장 큰 사업 기회라고 믿는 사람들과 너무 빠른 기술 발전은 위험하다고 믿는 사람들 사이의 해묵은 갈등으로 오픈AI가 주목받게 됐다”며 “AI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 철학적 운동이 어떻게 테크 문화의 피할 수 없는 일부분이 됐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올트먼을 지지하는 개발자들은 오픈AI 이사회가 지나치게 이상주의에 빠져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MS의 투자를 받은 뒤 오픈AI는 탄력을 받아 GPT-3 출시 1년 만에 GPT-4 터보를 내놓을 정도로 빠른 발전을 이어갔다. 오픈AI 공동 창업 멤버인 그렉 브로크먼도 올트먼과 함께 축출됐는데, 오픈AI 직원들은 이들의 복귀를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오픈AI 이사회에 전달했다. 성명에 참여한 직원은 700명 중 505명이다.

오픈AI 직원들은 오픈AI 이사회에 “여러분은 오픈AI를 감독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 우리는 능력, 판단력,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사람들과 일할 수 없다”며 “서명한 사람들은 샘 올트먼과 그렉 브로크먼이 이끌기로 한 MS 자회사에 합류할 것이다. 이미 MS는 오픈AI 직원들에게 자리를 보장한 상황”이라고 했다. 더버지 등 IT매체에 따르면 해당 편지는 오픈AI 이사진에게 전달된 상태로, 내부에 퇴사 희망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