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뉴스1

LG유플러스가 스마트워치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대폭 상향했다. 이동통신 시장 2위(회선 수 기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스마트워치 회선 수 확보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 14일 애플워치8, 애플워치SE(SE2)에 지급하는 공시지원금을 최대 57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같은 모델에 대한 SK텔레콤과 KT의 공시지원금이 5만원인 걸 감안할 때 공시지원금을 10배 넘게 올린 것이다.

통신사가 스마트워치에 50만원이 넘는 공시지원금을 지급하는 건 이례적이다. 스마트워치 사용자는 매월 250~500메가바이트(MB) 데이터를 제공하는 ‘LTE 웨어러블’ 요금제를 주로 쓰는데, 이 요금제의 월 이용료는 1만1000원 정도다. 2년간 지불하는 요금은 26만원 수준으로 통신사가 이보다 많은 공시지원금을 지급하는 건 사실상 손해를 보고 제품을 파는 것과 같다. 통신 3사 스마트워치 공시지원금이 5만~10만원 수준으로 유지되는 배경이다.

◇ 회선 수 늘려 2위 굳히기 전략

LG유플러스가 애플워치8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50만원 이상으로 높인 건 재고 소진 목적이 크다. 애플워치8(59만9000원~106만9000원)은 지난해 9월 국내에 출시된 제품으로 공시지원금 5만~10만원을 동일하게 받을 경우 올해 나온 애플워치9(59만9000원~106만9000원)과 실구매가 차이가 없다. 더 높은 공시지원금을 지급해야 소비자들이 이전 모델인 애플워치8를 구입하게 되고, 재고를 소진할 수 있는 것이다.

LG유플러스 애플워치8 공시지원금 안내. /LG유플러스 홈페이지 캡처

통신 업계는 LG유플러스가 단순히 재고 소진을 넘어 회선 수를 늘리기 위해 애플워치에 높은 공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KT를 제치고 처음으로 회선 수 기준 국내 통신 시장 2위에 올랐다. 원격 관제, 무선 결제 등 사물인터넷(IoT) 회선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영향이다.

그러자 3위로 밀려난 KT를 중심으로 IoT 회선 수를 별도로 분류해 회선 수를 집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월 1000원 미만 IoT 회선을 휴대폰, 태블릿, 웨어러블 회선과 동일하게 비교할 경우 통계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웨어러블 회선 수 1년 새 32% 늘어

스마트워치에 사용되는 회선은 휴대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유치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전체 회선 수를 늘리기에 적합하다. 또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휴대폰과 연동해 사용하는 만큼 스마트워치 회선을 확보하면 향후 휴대폰 회선을 뺏어오는 데도 유리하다. IoT 회선과 별개인 ‘가입자 기반 단말장치’로 분류되기 때문에 “값싼 IoT 회선을 늘려 2위가 됐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다.

반면 국내 웨어러블 회선 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9월 기준 전체 웨어러블 회선 수는 155만4042개로 전년 동기 117만5471개 대비 1년 새 32%(37만8571개) 늘었다. 같은 기간 고객용 휴대폰 회선 수와 태블릿PC 회선 수가 각각 1%, 7% 늘어난 걸 감안하면 회선 수 증가율이 두드러진다.

LG유플러스는 통신 3사 중 스마트워치 회선 점유율이 가장 낮다. 지난 9월 기준 LG유플러스의 웨어러블 회선 점유율은 25.5%다. SK텔레콤 39.5%, KT 34.2%와 비교해 10%포인트(P) 낮다.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스마트워치 회선 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