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LG전자 사옥./연합뉴스

가전 수요 침체에도 올 3분기 실적 방어에 성공한 LG전자가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상승 압박을 이겨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전 수요 회복이 늦어지는 가운데 LG전자는 B2B(기업 간 거래) 사업 강화와 신사업 확장으로 수익성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9일 LG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LG전자 가전의 주요 원재료 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전체적으로 하락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원자재 수요 위축 여파에 철강(-11.7%)과 구리(-5.0%), 레진(9.7%) 등의 평균 가격이 낮아졌다. 이에 LG전자 H&A사업본부의 원재료 구입비도 지난해 상반기 7조4692억원에서 올 상반기 6조8378억원으로 줄었다. 이는 H&A 전체 매출액(16조72억원)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내년에는 철광석과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구리 가격은 톤(t)당 1만1000달러(약 1439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도 철광석 가격이 오는 2025년까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8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t당 126.1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85달러)과 비교할 때 약 45% 올랐다.

글로벌 교역량 증가로 물류비도 상승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지난 3일 전 세계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전주보다 55.28 오른 1067.88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물류비와 원재료 절감으로 LG전자의 올해 실적 성장은 기대 이상이었지만, 글로벌 교역량 회복 등 비용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가전은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에도 업종 특성상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은 다른 소비재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기에 가격을 인상하면 판매량이 저조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원가가 올라도 가격 인상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사업으로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는 VS사업본부와 달리, 가전 부문은 수요 회복 전망도 불투명하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른 수요 둔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B2B 사업 강화와 신사업으로 위기를 타개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달 27일 올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신성장 동력 육성과 B2B 사업 강화, 신사업 추진 등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통해 현재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