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세계 스마트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스마트폰 회사 트랜션(Transsion)이 나홀로 폭풍 성장하고 있다. 트랜션은 올 3분기에 40%의 출하량 증가를 기록하며 2분기 연속 세계 스마트폰 5위 자리에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애플의 출하량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31일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 줄어든 2억9340만대를 기록했다. 다만 올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2억5820만대로 전년 대비 10% 감소한 것과 비교해 하락세가 바닥을 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 스마트폰 시장 1·2위 삼성·애플은 부진… 5위 트랜션 약진

올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와 2위를 기록한 삼성전자와 애플은 출하량 감소를 겪었다. 삼성전자의 출하량은 5740만대로 전년 동기(6410만대) 대비 10% 줄었다. 애플의 경우 500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하면서 1년 전(5300만대)과 비교해 6% 감소했다.

3·4·5위를 차지한 중국 업체들의 성적표는 엇갈렸다. 3위 샤오미는 4150만대로 1년 새 출하량이 2% 늘어났다. 반면 4위 오포는 2640만대의 출하량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줄었다. 폴더블폰 등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오포의 전략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그래픽=정서희

가장 눈에 띄는 건 5위를 기록한 중국 트랜션이다. 트랜션은 260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했는데, 전년 동기(1860만대) 대비 출하량이 40% 급증했다. 트랜션은 지난해까지 상위 5개 업체에 이름을 드러내지 않았다. 올 2분기 비보를 꺾고 처음으로 5위에 오른 후 올 3분기에도 5위 자리를 유지했다. 4위 오포와 트랜션의 출하량 격차는 40만대 수준으로 향후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카날리스는 “샤오미와 트랜션은 상위 5개 업체 중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이 늘어난 브랜드로, 샤오미는 재고 정리와 레드미 시리즈 출시로 성장 모멘텀을 회복했다”면서 “아프리카에서 40%대 점유율을 기록 중인 트랜션은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라틴아메리카 시장과 중동에서 입지를 넓히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라고 했다.

◇ 90달러짜리 초저가 스마트폰으로 돌풍

텐센트, ZTE를 거친 주자오장 최고경영자(CEO)가 2006년 설립한 트랜션은 중국 ‘선전트랜션인베스트’가 지분 50.8%를 보유한 중국 전자회사다.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판매하고 있지만 주력 제품은 스마트폰이다. 트랜션은 테크노(Tecno), 인피닉스(Infinix), 아이텔(Itel) 등 초저가형 스마트폰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트랜션의 스마트폰 1대당 평균판매가격(ASP)은 90달러(약 13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가장 비싼 스마트폰도 200달러(약 27만원)를 넘지 않는다.

트랜션의 스마트폰은 12시간을 쓸 수 있는 배터리 수명, 인물 사진을 더 밝게 만들어 주는 카메라, 듀얼 유심 기능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트랜션 스마트폰은 나이지리아, 케냐, 파키스탄, 인도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아프리카 시장(지난해 말 기준)에서 트랜션의 점유율은 43.4%(1위)에 달한다. 2위 삼성전자(28.7%) 3위 샤오미(7%)를 합친 것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