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가 18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전병수 기자

“이건희 선대회장은 매일 2~3시간씩 미술 전문가들을 불러 수업을 듣고, 전시회를 직접 찾아가 작품을 탐구했다. 근본을 파고드는 그의 심미안은 업의 본질을 추적하려고 했던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는 18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기자들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선대회장은 고(故) 이중섭 작가의 작품 중 투자 효과가 미미한 은지화를 일괄 구매해 기부했다. 일반적으로 미술 작품을 구매하는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 방식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학·인문학 분야 권위자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는 ‘르네상스인(人) 이건희(KH)와 KH 유산의 의의’를 주제로 이날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의 미술 작품을 향한 철두철미함이 기업에도 정착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故) 김환기 작가의 작품은 1점당 30억~40억원인데 이런 작품을 1000점 넘게 기부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한국 미술의 위대함을 국민들께 널리 알리고, 이를 하나의 레퍼토리로 남기겠다는 철두철미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선대회장의 작품 선호와 관련해서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청자를 선호했던 이병철 창업주와 달리, 이 선대회장은 백자를 좋아했다”며 “이병철 창업주가 청자의 수려한 외모를 좋아했다면, 이 선대회장은 우리 민족이 갖는 아름다움의 레퍼토리는 무엇일까에 대한 관심을 가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버지의 영향을 보완하고 확장해 나갔다는 것이 삼성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었던 신경영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된 신경영이 창조력을 바탕으로 르네상스 시대를 연 피렌체로 뻗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삼성은 이제 일류 기업을 쫓아가는 곳이 아니라,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의 입지를 공고히 해야 한다”며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창조력이 들끓었던 피렌체처럼 창의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