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대 생산 거점 중 하나인 평택 P3 공장 투자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하향 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전히 시장 상황이 불투명한 낸드플래시의 경우 증설 규모를 3분의 1 수준까지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최선단 기술로의 공정 전환은 꾸준히 이어져 장비 교체 등에 따른 자연 감산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초 평택 P3 생산라인에 웨이퍼(반도체 원판) 기준 D램 8만장, 낸드 3만장 규모의 증설을 계획했지만, 이를 D램 5만장, 낸드는 1만장 수준으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들어 메모리 반도체 시황 개선의 조짐이 뚜렷하지만 여전히 보수적으로 시황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D램의 경우 최근 6개월 만에 가격 하락세가 멈춰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으며, 낸드플래시의 경우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왔던 3개 대형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수익성 회복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P3 증설 투자 규모를 줄인 것은 내년에도 공급량을 대폭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낸드 장비 증설을 당초 계획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것은 그만큼 낸드 시장 회복이 D램에 비해 더딜 것이라는 예측이 깔려있다. 현재 낸드의 평균판매단가(ASP)는 원가 수준에 도달해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의 연간 설비투자 규모도 전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올해 메모리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를 당초 36조~37조원으로 예상했으나 29조원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프라 투자는 유지했으나 장비 구매액은 대폭 줄었다는 평가다.
최대 매출원인 D램의 경우 낸드보다는 시황이 좋은 편이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 2133MHz)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과 동일한 1.30달러로 집계됐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기업 간 계약거래 금액으로, 반도체 수급과 관련한 시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다. D램 가격은 지난 2021년 7월 4.1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업황이 악화하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올해도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가격 하락세를 이어왔다.
여기에 선단 공정으로의 전환에 따른 감산 효과가 더해져 전체적인 메모리 공급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의 경우 1a(4세대 10나노급), 1b(5세대 10나노급)에 진입하면서 공정 프로세스 스텝수가 늘고 레시피도 크게 바뀌게 된다”며 “이 같은 공정 전환을 위해서는 생산라인을 멈추고 장비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가동률을 낮춘 다운턴 시점에 교체 작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 축소와 공정전환에 따른 일시적인 가동률 급락으로 메모리 공급 규모가 4분기부터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오는 2024년까지 줄어든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 투자액은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전년 대비 8.4%, 7.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주로 위치하고 있는 한국 지역 투자액은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전년 대비 17%, 14%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