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반쪽 감사에 그칠 전망이다. 여야가 방송(공영방송)과 인터넷(다음) 이슈에 집중하면서 국민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5G(5세대 이동통신) 품질 이슈, 통신요금 인하 등은 묻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김영섭 KT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등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국감 증인·참고인 소환은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국회에 따르면 과방위는 오는 10일과 11일 각각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이번 과방위 국정감사는 가짜뉴스, 통신요금 인하 등의 국민적 관심사가 산적한 상황에서도 증인과 참고인 없이 열리게 됐다. 과방위 여야 간사가 국감 증인·참고인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서다.
국정감사에 증인과 참고인을 부르기 위해서는 국회법에 따라 7일 전까지 요청서를 보내야 한다. 10일 열리는 방통위 국감에 출석시키려면 지난달 27일, 11일 과기정통부 국감을 위해서는 지난달 28일까지 증인을 확정해 요청서를 보냈어야 했다.
하지만 국감 증인·참고인을 놓고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통신 3사 CEO 소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5G 품질 이슈, 통신요금 체계와 관련해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김영섭 KT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오는 10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과방위 국감은 통신 3사 CEO 없이 열리게 됐다.
국회 과방위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11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국감에는 통신 3사 임원과 애플코리아 사장이 참석한다. 통신 3사 임원은 비대면 인증 및 보이스피싱 금융거래 사고 방지 대책 관련 참고인으로 국회를 찾고, 애플코리아 사장은 애플페이 도입에 따른 소비자 불편 관련 증인으로 나선다.
국회 과방위 위원들은 가짜뉴스와 여론 조작에만 집중하고 있다. 중국 편향 ‘다음’ 축구 응원, 가짜뉴스 생성 및 유통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여당과 야당이 여론 편향을 놓고 엇갈린 입장을 내놓으면서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통신 이슈 논의는 뒤로 밀려난 상태다.
통신 3사 CEO의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채택 불발은 치밀한 ‘국회 로비의 성공 사례’라는 게 통신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IT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 내 국회 전담 조직이 과방위 의원실을 들락거리며 로비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통신 3사 CEO가 이번 국감 증인·참고인에서 빠진 건 이들의 로비가 먹혔다는 명백한 증거다”라고 했다.
국회의 통신 이슈에 대한 무관심은 국가 네트워크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통신 3사가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20배 빠른 5G를 구현할 핵심 주파수인 28㎓ 투자를 포기하면서 2019년 5G 상용화 당시 내세웠던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는 실현 가능성이 낮아진 상태다.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종합감사에 통신 3사 CEO가 증인·참고인으로 소환될 가능성도 있지만, 통상 종합감사가 이슈를 되새김질하는 수준이었던 걸 감안하면 소환 가능성은 낮다. 김주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은 “통신 3사가 5G 품질 이슈, 가격 문제, 허위 과장광고 등으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가 통신 3사 CEO를 불러 대책과 피해 보상 마련을 지적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들이 비싼 요금을 내고도 제대로 된 5G 서비스를 쓰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문제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