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의 인디아 게이트 주위에 스모그가 자욱하다./AFP연합뉴스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등 가전회사들이 인도 공기청정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 내 대기오염이 심화되는 가운데 공기청정기 시장도 매년 28% 이상의 고성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업체들은 가스·알레르기 유발 물질 제거와 인공지능(AI) 기반 공기 질 모니터링이 가능한 제품을 선보이면서 현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한국 기업이 만든 공기청정기는 인도 시장에서 20%대의 점유율로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 인도 공기청정기 시장 2030년엔 1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

3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인도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올해 1억5720만달러(약 2069억원)에서 2030년 11억6910만달러(약 1조5397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28% 이상의 성장세다. 이는 산업화가 빨라지면서 공기 중 탄소 배출량이 증가한 영향이다.

인도의 대기오염이 심화되면서 공기청정기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연간 탄소 배출량은 약 7억톤(t)으로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미국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EPIC)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도 13억 인구 대다수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공기 중 탄소 한계치 농도인 5㎍/㎥ 수준을 초과하는 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인도 수도인 뉴델리 주민들의 수명이 10년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인도 정부도 경제성장을 이유로 대기오염의 주범인 석탄 사용량 감축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7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두고 있으나 2030년까지는 석탄 발전량을 25%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라즈 쿠마르 싱 인도 전력 담당 장관은 "경제성장은 양보할 수 없다"며 "전력 공급이 부족할 경우엔 석탄 수입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LG전자가 인도에서 판매하고 있는 퓨리케어 공기청정기. /LG전자 제공

◇ 코웨이, 에어메가 공기청정기 인도 아마존서 판매량 1위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등 가전업체들은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인도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인도에 공기청정기 'AX46′과 'AX32′를 출시했다. 가격은 모델별로 34만~60만원대다. 나노 크기의 먼지입자와 미세먼지를 포함해 실내에 있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들을 대부분 제거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가전 제어 플랫폼 '스마트싱스'와 연결해 공기 질을 모니터링하는 기능도 갖췄다. 삼성전자는 태국, 중국, 베트남 등에 있는 공장에서 공기청정기 제품을 생산해 인도로 수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기업이 강세를 보이는 중국과 달리 인도 시장은 해외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 판매량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 2월 65만원 상당의 퓨리케어 공기청정기를 인도에 출시했다. AI 센서가 실내 가스를 감지해 정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 디스플레이는 오염 수준에 따라 색상을 표시한다. 필터가 총 6단계의 과정을 거쳐 공기를 여과해준다. 인도로 수출되는 제품은 전량 LG전자 경남 창원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공기 질이 악화되는 가운데 현지 중산층을 중심으로 공기청정기 수요가 늘고 있다"며 "제품 라인업을 확충해 지속해서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코웨이는 '에어메가' 공기청정기 5종을 충남 공주 공장에서 생산해 인도로 수출하고 있다. 가격은 약 33만원이다. 이 제품은 아마존의 음성인식 플랫폼 '알렉사'가 탑재돼 음성으로 명령이 가능하다. AI가 실시간으로 공기 질을 모니터링해 정화하는 기능도 갖췄다. 코웨이 관계자는 "이 제품은 인도 아마존에서 수개월 동안 판매량 1위에 올라있다"면서 "현지 판매량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제 수출입 통계기관인 글로벌 트레이드 아틀라스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1224만1038달러(약 161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전체 판매액 대비 약 23%의 비중으로, 중국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치다.

인도 내 공기청정기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중국 기업도 다양한 기능을 갖춘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샤오미는 인도에 '스마트 에어 퓨리파이어 4′ 공기청정기를 24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360도 공기 청정이 가능하며 애플리케이션과 음성 명령을 통해 원격으로 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인도는 인구 밀집도도 높아 대기오염이 더 심화할 것"이라며 "공기청정기 업체의 주요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