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는 여전히 수요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이다./뉴스1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올해 4분기부터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은 여전히 수요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공급 과잉 상황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제조사들이 적극적인 감산에 나서자 시장 수급이 균형을 맞춰나가고 있다. 반면 파운드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이뤄진 과잉 설비투자(CAPEX)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TSMC, 삼성전자 등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설비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전방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TSMC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인 ASML에 납품 축소,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TSMC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280억~320억달러로, 전년(363억달러) 대비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보릿고개 버틴 메모리 업계… ”조만간 공급부족 국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가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에 D램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가 감산에 돌입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감산 대열에 합류, 시장 내 공급조절이 이뤄졌다.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 후 통상 완제품 생산까지 3개월에서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산 효과가 이제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4분기(10~12월)부터 글로벌 D램 시장이 공급 과잉에서 공급 부족으로 전환되며, 4분기 D램 가격이 3분기 대비 17.8%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4분기부터는 반전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부터 낸드플래시 최대 생산 기지인 중국 시안, 평택 공장의 가동률을 대폭 조정했으며 3분기부터는 추가적인 감산을 진행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을 연초보다 20~30% 줄이는 강수를 뒀다.

인공지능(AI) 반도체발 훈풍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생성형 AI 시장의 성장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메모리 업계의 감산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DDR5와 HBM 등의 고부가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세가 더해져 실적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초호황기를 보낸 파운드리 업계는 수요 부진에 따른 한파를 뒤늦게 맞고 있다./연합뉴스

◇ 뒤늦게 한파 맞는 파운드리, 업황 회복 느려질듯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초호황기를 보낸 파운드리 업계는 수요 부진에 따른 한파를 뒤늦게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주문 후생산 구조의 파운드리 산업 특성상 업황 개선이 메모리에 비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메모리의 경우 주요 제조사들의 감산으로 수요·공급이 맞춰지면서 가격 조정이 가능하지만, 주문 생산 방식인 파운드리의 경우 수요가 부진하면 대응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팬데믹 기간 동안 파운드리 업계가 호황기를 보내면서 설비투자가 과도하게 이뤄졌고, 수요 부진이 찾아오면서 설비투자가 오히려 고정비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반도체 외에 가전을 비롯해 모바일, PC, 전장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수요 부진을 겪고 있다”며 “파운드리 업계는 수요 회복이 이뤄지지 않아 업황 개선이 늦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파운드리 업황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가 잦아들고, 전방 산업 수요 회복도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되고 소비 심리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레 파운드리 수요도 늘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경기 침체 구간을 지나, 파운드리 업황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