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 누가 산업을 이끌 주인공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와 같이 오늘날 존재하는 회사는 아닐 것입니다. 생성형 AI는 기존의 기업 순위를 완전히 뒤바꿔놓을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미래’ ‘인간은 필요 없다’ 저자인 세계적인 AI 석학 제리 카플란(Jerry Kaplan) 박사는 지난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생성형 AI가 구글 검색이나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글로벌 IT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카플란 박사는 “생성형 AI를 적용해 고부가가치가 있는 산업을 먼저 찾는 기업과 사람이 돈을 벌게 될 것”이라며 “구글이 인터넷 시대 승자가 된 것처럼 생성형 AI 기술이 필요한 이용자 니즈(요구)를 찾아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선보이는 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카플란 박사는 35년 넘게 인공지능 전문가, 연쇄창업가, 미래학자, 기술혁신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애플이 아이패드를 선보인 것보다 20년 이상 먼저 태블릿PC의 기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는 1981년 AI 스타트업 ‘테크놀리지(Teknowledge)’를 공동 창업했으며 1987년에는 태블릿 컴퓨터 회사 고(GO Corp)를 창업했다. 1994년에는 세계 최초의 온라인 경매 사이트 온세일(Onsale)을 공동 창업했다. 온세일은 한때 20억달러(약 2조6760억원)에 달하는 시장가치를 자랑했다.
그는 “생성형 AI는 특정 산업을 파괴하기도 하겠지만, 대부분 시장을 확장시켜주는 효과를 야기할 것”이라며 “생성형 AI는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미래 변치 않을 필수 경쟁력은 ‘설득·이해·공감·비판적 사고’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나은 점은 무엇일까.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나은 점은.
“엄청난 양의 문서를 읽고 요약해 주고, 추가로 어떤 것을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은 생성형 AI가 인간보다 더 빨리 효율적으로 잘 수행할 것이다. 하지만 상호작용하거나 남을 설득하는 것, 편안함을 선사하거나 신뢰가 필요한 부분은 생성형 AI로 자동화되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바텐더 역할이 기계로 대체되면 사람들은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직원에게 자신의 고민을 토로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호텔 직원도 기계가 완전히 대체하기가 어렵다. 일부 사람은 돈을 더 지불해서라도 친절하고 환영받는 서비스를 원한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해당 기술을 쓸 전문성과 지식이 많은 의사, 변호사, 기자, 매니저급이 가장 수혜를 볼 것이다. 이들의 직업은 반복적인 게 많다. 가령 의사는 환자에게 답을 주기 위해 논문을 찾아보는 일을 반복하는데 생성형 AI가 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다. 블루칼라(생산직 근로자)가 땅을 파는 데 이 기술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생성형 AI가 일자리를 빼앗아갈까.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것은 아니다. 기술 발전은 우리의 삶과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지 일자리를 빼앗으려는 목적이 아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자화상을 화가에게 부탁하다가 해당 역할을 사진사에게, 또 요즘에는 스스로 기기로 해결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일부 일자리가 사라져도 새로운 일자리와 기회가 나타날 것이다.”
생성형 AI가 ‘자동화 가속→생산성 증대→임금 상승 및 비용 감소→수요 증대→일자리 및 부 증대’를 촉발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생성형 AI 시대를 살아갈 미래 세대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할까.
“미래 세대가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살짜리 아이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태블릿PC 작동 방법을 알아내지 않느냐. 코딩 교육 역시 미래 세대에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엑셀이 등장하기 전에 해당 작업을 손수 했지만, 엑셀이 등장하면서 다른 종류의 역량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코딩 역시 생성형 AI가 대신해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논술을 배우는 것처럼 코딩은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데 좋다.
하지만 설득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그리고 비판적 사고를 갖고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기술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변하지 않는 필요한 역량이다. 우리의 삶은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을 지속가능성 있게 해주는 게 핵심이다.”
◇ “환각 현상 3~5년 내 해결 가능… 생성형AI 단기 유행 아닌 인류역사상 가장 대단한 발명”
─생성형 AI가 단기 유행에 그치지는 않을까.
“생성형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대단한 발명이 아닐까 싶다. 이전에 경험해보지 않은 매우 지능적인 도구다. 생성형 AI는 단순한 도구 이상으로 발명이 가능하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파급력이 어떨지 예상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챗GPT 이용자가 줄고 있다.
“기술이 안 좋아서 이용자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 맛있는 케이크를 파는 A 빵집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케이크가 공짜라면 다수가 A 빵집에 가서 케이크를 맛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맛보는 사람이 확 줄어들 것이다. 결국 공짜로 케이크를 맛본 사람 중 10%는 해당 케이크를 재구매하겠지만, 90%는 재구매는 안 할 수 있다. 챗GPT도 마찬가지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환각’ 현상은 여전히 숙제다.
“생성형 AI의 환각 문제는 3~5년 내 해결될 것이다. 환각은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다. 생성형 AI를 만드는 사람들은 환각 문제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개발 당시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환각이라는 문제점을 알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곧 AI가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지만 이게 맞을 것입니다”로 더욱 발전된 답을 할 것이다. 또 지금은 모든 정보를 생성형 AI에 전달하지만, 곧 정보를 걸러내어 학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