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앨리슨 조비에비에이션 제품 책임자(부사장)가 지난 21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조선비즈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 산업의 ‘테슬라’로 불리는 UAM 세계 1위 미국 조비에비에이션이 그리는 미래형 하늘 택시는 어떤 모습일까. 에릭 앨리슨(Eric Allison) 조비에비에이션 제품 책임자(부사장)는 지난 21일 진행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UAM 대중화의 열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소음’을 꼽았다. UAM은 시민들이 먹고 자고 일하는 도심 내에서 타고 내리고, 도심 300m 상공을 날아다니기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조용해야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안전, 요금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앨리슨 부사장은 “안전은 기본이고, 요금은 대중화를 거치면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소음 문제가 발생하면 UAM 사업 자체가 지속될 수 없다. 헬리콥터를 UAM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했다.

앨리슨 부사장은 조비에비에이션이 개발한 UAM 소음이 ‘헬리콥터의 100분의 1 수준’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조비에비에이션은 2009년부터 테슬라 등 다양한 기업의 전문가를 채용해 완전히 다른 배터리 시스템과 전기 모터를 설계 및 개발해 UAM에 적용했다”면서 “프로펠러도 완전히 새롭게 설계했더니 미 항공우주국(NASA) 조사에서 헬리콥터의 ‘100분의 1′ 수준의 소음만 발생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라고 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항공우주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앨리슨 부사장은 플라잉카 제조사인 지에어로(Zee Aero·현 위스크 에어로)를 공동 창업한 후 우버로 옮겨 엘리베이트 팀을 이끌었다. 우버 엘리베이트팀은 헬리콥터를 택시로 이용하는 ‘우버콥터’를 만든 팀이다. 그는 조비에비에이션이 우버 엘리베이트를 인수했을 때 조비에비에이션에 합류, 회사의 시장 진출 전략과 고객용 모빌리티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은 앨리슨 부사장과 일문일답.

─UAM이 정확히 무엇인가.

“도심 내에서 항공기를 이용해 이동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천공항에서 서울시 중구까지 60㎞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 택시를 이용하면 90분 정도가 걸린다. 한정된 도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교통체증이 심하다. 3차원인 하늘을 날아다니는 항공 서비스를 활용하면 서울 시내에서 인천공항까지 이동시간을 15분으로 줄일 수 있다. 조비에비에이션이 제공하는 UAM은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전기 항공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를 전기 수직이착륙(eVTOL) 항공기라고 부른다.”

─몇명이 탑승할 수 있고, 운항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

“총 5명이 1대에 탑승할 수 있다. 4명의 승객과 1명의 파일럿이 탑승한다. 각국 규제에 때문에 현재는 파일럿이 직접 조종하는 항공기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이것이 초기 운항을 시작하고 서비스를 완성하는 가장 안전하고 빠른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글로벌 항공 규제 기관의 인증을 통해 자율주행 항공기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비에비에이션이 개발한 UAM은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배출가스가 없고 헬리콥터보다 훨씬 조용하다는 장점이 있다. 비싼 항공유를 쓰지 않기 때문에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UAM이 새로운 항공 교통수단 플랫폼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도심 내에서 출발·도착하기 때문에 제약이 많을 것 같다. 소음 민원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UAM은 도심 내에서 이착륙하고 이동하기 때문에 소음을 줄이는 게 매우 중요한 핵심 포인트다. 조비에비에이션은 소음을 줄이기 위해 전력을 이용하는 배터리 시스템부터 모터, 프로펠러까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했다. 조비에비에이션의 UAM 소리는 기존 헬리콥터와 완전히 다르다. 헬리콥터가 둔탁하고 무거운 소리에 가깝다면 UAM은 바람이 살짝 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음 수준은 45데시벨(dB·조용한 사무실에서 발생하는 소음 수준) 이하다.”

조비에비에이션의 UAM이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시험 비행을 준비 중인 모습./AP연합뉴스

─서울에는 수많은 전신주와 전선이 있다. 강풍과 폭설, 폭우가 내리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가.

“UAM을 타고 내릴 수 있는 정거장을 스카이포트라고 한다. 스카이포트를 도심 내 접근성이 좋은 장소에 둬야 하지만, 무엇보다 UAM이 이동하는 동선에 아무런 충돌 위험이 없어야 한다. 스카이포트에 대한 승인을 받을 때 이런 요소들이 다 고려된다. 이런 이유로 운항 중 충돌 가능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강풍이나 폭설 등 악천후의 경우 승객이 UAM을 호출해 이용하려고 할 때 운항 여부를 판단해 결정한다. 다양한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통해 악천후를 대비한다.”

─운항 중 새가 날아와 프로펠러와 충돌하면 어떻게 되는가.

“(웃으면서) 안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체를 설계할 때 모든 장치를 중복으로 만들어놨다. 가령 모터 하나가 고장이 나도 다른 모터를 추가로 달아놨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운항을 돕는 컴퓨터 시스템도 여러 개가 달려서 서로 조정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배터리팩도 똑같다. 하나가 고장 나도 나머지가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프로펠러 역시 마찬가지다. 프로펠러 1개가 고장이 나거나 충돌로 사라져도 나머지로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다. 기체를 설계하고 만드는 접근법에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설계했기 때문에 새가 날아와 부딪히는 등 하나가 고장 나도 문제가 되지 않게 만들었다.”

─탑승객이 UAM을 테러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는가.

“거듭 이야기하지만 파일럿이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조종하기 때문에 다른 탑승객이나 원격으로 UAM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다. 해킹을 통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 사이버안보 기준도 다 준수하고 있어 가능성이 없다. UAM은 경비행기 등에 적용되는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UAM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나.

“조비에비에이션에는 우버 엘리베이트 팀에 있던 직원들이 많이 와 있다. 이들은 우버가 뉴욕에서 공항을 오가는 헬리콥터 택시인 우버콥터를 만든 경험이 있다. 우버콥터는 휴대폰 내 우버 앱(애플리케이션)에서 택시를 선택하는 것처럼 헬리콥터 택시를 선택하도록 했다. 조비에비에이션의 UAM도 비슷한 형태로 서비스될 것 같다. 특정 앱에서 택시를 선택하는 것처럼 UAM을 예약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UAM을 택시 말고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있는가.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현재 뉴욕에서 떠 있는 헬리콥터의 상당 부분이 관광용이다. 헬리콥터를 타고 뉴욕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관광을 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비용과 소음이다. 반면 UAM은 탄소 배출이 없고 소음이 적기 때문에 관광용을 넘어 여러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