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3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2E) '플래시볼트'./삼성전자 제공

내년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린다고 공언한 삼성전자가 내년 3분기 중에 증설 투자를 완료하고 대량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 서버에 HBM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관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현재 천안·온양 패키징 라인에 HBM 증설 투자를 진행 중이며, 늦어도 내년 3분기 중에 장비 셋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해당 라인에서는 HBM 4세대(HBM3) 제품과 차세대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며, 삼성전자는 내년 HBM 전 공정의 ‘턴키(일괄)’ 공급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내년은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세계 각국 IT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위해 본격적인 인프라 구축에 나선 가운데 한국의 퓨리오사AI 등은 이미 AI 프로세서인 2세대 신경망처리장치(NPU)에 HBM을 탑재한다고 공언했다. 퓨리오사AI 뿐만 아니라 다른 NPU 기업들 역시 HBM 접목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HBM 시장의 큰 손인 엔비디아, AMD 등 대형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들도 HBM 주문을 늘리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상용화로 고성능 서버에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에 탑재되는 HBM 4세대 제품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엔비디아와 AMD는 지속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공급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고난도 기술인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HBM 생산 프로세스의 특성상 단기간에 공급량을 늘리기가 어려워 추가적인 증설 투자가 필수적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엔비디아, AMD를 HBM3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는 동시에 HBM 5세대 제품인 HBM3P 샘플을 올 4분기에 엔비디아와 AMD에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잇달아 매출처를 확보하며 올해 주요 공급사 내 HBM3 공급 점유율이 엔비디아는 35%, AMD는 85%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버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개발 중인 HBM 차세대 제품은 하위 호환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기존 HBM3를 염두에 두고 구성한 시스템에서도 설계나 구조 변경 없이 신제품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새롭게 양산되는 HBM 신제품이 교체 수요를 발생시켜 지속적인 매출 선순환 구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HBM 시장이 향후 5년간 연평균 최소 40%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에서 202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업사이클 기간에서 D램의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이 경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AI라는 신성장 동력이 등장함에 따라 향후 D램 시장 매출 규모가 1000억달러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