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국내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의 데이터 트래픽 평균 이용량이 LTE(4세대) 가입자 대비 4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5G 상용화 직후 2배 차이에서 4년 만에 격차가 4배로 벌어진 것이다. 상대적으로 데이터 사용이 많은 헤비 유저(상위 사용자)가 5G로 몰린 게 가장 큰 이유지만, LTE 가입자의 평균 데이터 트래픽이 빠른 속도로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 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5G 스마트폰 가입자 1인당 평균 트래픽은 28.5기가바이트(GB)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27.9GB) 대비 2.0% 늘어난 수치다. 5G 전체 트래픽은 같은 기간 26.1% 늘었다. 5G 가입자 수가 23.7% 증가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5G 가입자 수가 늘어나는 만큼 5G 전체 트래픽도 늘고 있지만, 가입자 1인당 평균 트래픽은 소폭 오르면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LTE 스마트폰 가입자 1인당 평균 트래픽은 7.6GB로 1년 새 9.8% 줄었다. 같은 기간 LTE 전체 트래픽은 같은 기간 24.0% 급감했다. 같은 기간 LTE 가입자 수가 0.01%(4723만8894명→4723만5039명)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감소했다. 5G는 가입자 수와 전체 트래픽이 비례해 늘었지만, LTE는 가입자 수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전체 트래픽과 1인당 평균 트래픽만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 5G 가입자 늘어나면서 전체 트래픽 매월 최고치 경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 등 데이터를 많이 쓰는 헤비 유저들이 5G로 넘어가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5G 상위 10% 헤비 유저의 데이터 트래픽은 전년 대비 19.2% 늘었다. 반면 LTE 헤비 유저의 트래픽은 같은 기간 19.9% 줄었다. 데이터 사용이 많은 헤비 유저가 LTE에서 5G로 꾸준히 갈아타고 있다는 의미다.

애플이 2020년 처음으로 내놓은 5G 스마트폰 아이폰12 시리즈 모습. /뉴스1

이에 따라 5G와 LTE 스마트폰 가입자 1인당 평균 트래픽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2019년 말 5G와 LTE 평균 트래픽 차이는 1.8배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 7월에는 3.8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 5G와 LTE 평균 트래픽 차이는 4배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5G폰 가입자의 평균 트래픽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전체 휴대폰 데이터 트래픽은 매월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7월 말 기준 휴대폰 전체 데이터 트래픽은 103만6156TB(테라바이트)로 전년 동기 대비 12.3% 늘었다. 지난 3월(102만700TB) 처음으로 100만TB를 넘어선 후 4월 94만2022TB로 주춤했지만 5월 100만2307TB를 기록하면서 3개월 연속 100만TB를 돌파했다. 가입자 1인당 평균 데이터 트래픽은 15.9GB로 처음으로 15GB를 넘었다. 1년 전과 비교해 22.5% 급증했다.

◇ 5G 킬러 콘텐츠 없어 동영상 트래픽 비중 57%

전체 데이터 트래픽은 늘었지만 킬러 콘텐츠(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콘텐츠)가 없어 대부분의 트래픽이 동영상 콘텐츠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데이터 트래픽에서 동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56.8%다. 5G가 나온 2019년 57.7% 이후 매년 56~5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G 상용화 당시 킬러 콘텐츠로 강조한 클라우드 게임,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콘텐츠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5G가 여전히 동영상 콘텐츠를 보는 데 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통신 3사가 5G폰으로 LTE 요금제에 가입하지 못하게 하면서 5G 가입자와 전체 데이터 트래픽이 같이 늘어난 것”이라며 “킬러 콘텐츠가 없어 5G와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다시 LTE로 넘어가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