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로고./웨이브 제공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이 없던 일로 일단락됐습니다. 합병설은 몇 년 전부터 흘러나오다가 최근에는 합병이 임박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습니다. 그런데 티빙을 운영하고 있는 CJ ENM이 지난달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웨이브와의 합병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명확하게 밝힌 것입니다. CJ ENM은 “플랫폼 합병보다는 티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과 더불어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합병이 임박했다는 이야기는 왜 나왔을까요. 업계에서는 웨이브가 티빙과의 합병을 강력하게 원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합병설에 대해 그동안 양 측의 온도차가 있었습니다. CJ ENM과 티빙은 “구체적으로 논의 중인 바가 없다”고 합병설에 선을 그은 반면, 웨이브와 SK스퀘어는 “합병이든 제휴든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된 바는 없다”며 다소 열린 자세를 취했던 것입니다.

티빙으로썬 웨이브와의 합병을 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시각입니다. KT의 ‘시즌’과 합병한 게 불과 작년인데 웨이브와의 합병을 추진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CJ ENM에게 티빙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자 브랜드입니다. 콘텐츠 주도권이 OTT로 옮겨간 상황에서 넷플릭스에 대항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려면 자체 브랜드인 티빙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반면 웨이브는 SK스퀘어에 ‘아픈 손가락’입니다. 비통신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차원에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제작비 증가 등으로 투자금이 계속 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웨이브의 주주 구성을 보면 SK스퀘어가 최대주주로 4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지상파 방송사인 KBS, MBC, SBS가 나머지 19.8%씩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지상파 주주들의 입김 때문에 SK스퀘어가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투자금 회수 시기까지 돌아와 최근에 더 다급해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웨이브는 지난 2019년 미래에셋벤처투자, SKS프라이빗에쿼티 등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투자 유치 조건이 5년 이내 상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내년 11월까지 상장하려면 늦어도 내년 초까지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해야 합니다. 적자가 지속되는 데다 경기침체 우려로 투자심리가 약화되면서 상장이 요원해지니, 티빙에 웨이브를 떠넘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입니다.

그래픽=정서희

그렇다고 해서 티빙의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을 보면 양사 모두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웨이브는 영업손실이 2020년 169억원, 2021년 558억원, 2022년 1216억원이었고 티빙은 같은 기간 영업손실이 61억원, 762억원, 1191억원이었습니다. 다만 웨이브의 상황이 티빙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웨이브의 시장 점유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웨이브의 월간 활성사용자 수는 2021년 6월 463만명, 2022년 6월 423만명에서 지난 6월 394만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8월 초 공개한 ‘OTT 서비스·콘텐츠 이용행태 및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유료 OTT별 이용률은 넷플릭스 54.9%, 티빙 16.9%, 쿠팡플레이 15%, 웨이브 11.8% 순입니다. 2021년 넷플릭스 54.7%, 티빙 12.9%, 웨이브 12.4%, 쿠팡플레이 6.7%였던 점을 감안하면 토종 OTT들이 성장하는 동안 웨이브만 홀로 제자리걸음을 한 것입니다.

한 OTT업계 관계자는 “토종 OTT끼리 힘을 모으는 게 필요해도 적자 기업끼리 합병을 한다고 시너지가 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 “웨이브만의 뚜렷한 생존 해법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