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네이버를 필두로 카카오·LG·SK텔레콤·엔씨소프트 등 국내 IT 대기업들이 초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인공지능(AI) 서비스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체 LLM을 기반으로 생성형 AI를 구현하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와 운영비가 필요한데, 수익 모델이 뚜렷하지 않은 만큼 사용자 확보와 서비스 차별화가 생존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자체 LLM 기반 AI 서비스 속속 출시 예정

27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 LG, SK텔레콤, 엔씨소프트 등은 B2B(기업간거래)부터 B2C(기업소비자간거래)를 넘나드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쟁사인 카카오는 이르면 오는 10월 자체 LLM Ko(코)GPT를 업그레이드한 ‘코GPT 2.0′을 공개한다. 코GPT 2.0은 카카오의 핵심 서비스인 ‘카카오톡’과의 연계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B2B 서비스보다는 분야별 개인 맞춤형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이다. B2C 서비스가 자리잡은 이후 카카오 비즈니스 서비스와의 접목 등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내수 비중이 큰 만큼 코GPT 2.0의 한국어 실력이 글로벌 서비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7월 이미지를 생성하는 멀티모달(사진과 텍스트 등 복합 정보를 종합해 이해하는 모델) AI ‘칼로 2.0′도 공개한 바 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 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 2023'에서 발표하고 있다./뉴스1

LG그룹 AI 연구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LG AI연구원은 차세대 LLM ‘엑사원 2.0′을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를 올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챗GPT와 네이버의 클로바X처럼 대화형 AI 서비스뿐 아니라, 바이오·의료 등 B2B 영역에서 LG 계열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 LG CNS 등 LG 주요 계열사 서비스에 엑사원 2.0을 우선 적용해 검증한 후 외부 고객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도 지난 16일 자체 개발 LLM ‘바르코’를 공개했다. 바르코는 매개변수(파라미터) 규모가 13억, 64억, 130억개로 구성된 중소 규모의 한국어 전용 모델로 게임 등 콘텐츠 개발에 특화됐다. 엔씨소프트는 바르코 LLM을 기반으로 향후 디지털 휴먼, 생성형 AI 플랫폼, 대화형 언어모델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520억개 파라미터를 가진 대형 모델도 오는 11월 공개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AI 에이전트 ‘이루다’로 유명한 국내 AI 스타트업 스캐터랩에 150억원의 지분투자를 하고, 공동으로 ‘감성대화형’ AI 에이전트를 개발 중이다. 양 사는 SK텔레콤의 자체 LLM ‘에이닷’에 감성대화형 AI 챗봇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사용자가 AI 챗봇과 함께 사람처럼 감성대화를 나누면서 높은 수준의 지식대화까지 가능하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출시 시기는 미정이다.

◇ 특정 분야에 경량화한 생성형 AI 필요… 중소기업들과 협력 필수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LLM은 개발부터 운영까지 많으면 조단위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LLM을 개발하려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전기 등 컴퓨팅 자원, 전문 인력, 방대한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하루 최대 70만달러(약 9억원)의 운영 비용을 감당한다고 분석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에 각각 9649억원, 5447억원을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 6%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와 차세대 LLM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하기까지 최근 3~4년간 AI에 투자한 자금은 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투자금액과 비교하면 적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토종 생성형 AI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특정 분야에 특화한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김진형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네이버가 발표한 AI 서비스도 한국에 대한 정보는 강하지만 글로벌 AI 서비스를 비슷한 수준으로 흉내낸 것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네이버보다 규모가 작은 국내 기업은 이마저도 구현하기 벅찰 수밖에 없어 특정 분야에 경량화한 모델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모든 기업이 전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초거대 AI를 개발할 필요가 없는 만큼, 중소 규모의 생성형 AI와 초대규모 생성형 AI가 공존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체 LLM과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수익 모델 창출을 위해서는 국내 중소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두현 건국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네이버가 출시한 클로바X의 경우 한국어에 기반한 정보와 서비스는 글로벌 서비스보다 훌륭하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라며 “네이버가 발표한 것처럼 각 산업의 중소기업들이 자체적인 소규모 생성형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모델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수익 창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