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브리즈 이어셋을 착용한 모습./LG전자 제공

불면의 시대다. 온갖 스트레스로 피곤한데 잠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사람은 2016년 49만5506명에서 2021년 67만1307명으로 5년간 약 35% 늘었다. 덩달아 슬립테크(수면 기술) 산업도 매년 덩치를 키우고 있다. 그동안 미국 테크기업들이 주도해 온 슬립테크 시장에 LG전자(066570)가 실험적인 제품으로 도전장을 냈다.

LG전자는 올해 초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에서 수면 유도 제품 ‘브리즈’(brid.zzz)를 처음 공개하고, 지난 7월 스트레스 완화 설루션으로 범위를 넓혀 국내에 출시했다. 제품 이름부터 잠을 강조한(zzz) 브리즈는 이어폰처럼 귀에 꽂고 자면 뇌파를 측정해 깊은 수면에 들 수 있는 특정 주파수를 들려준다. 일상 중 스트레스가 쌓일 때 사용할 수도 있다.

얼핏 보면 일반 무선 이어폰처럼 보이는 이 제품이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까. 좀 더 정확한 리뷰를 위해 오랜 기간 수면 장애를 앓아온 기자와 누우면 5분 안에 잠드는 기자 두 명이 LG전자 브리즈를 일주일간 사용해 봤다.

◇수면장애 5년차가 써 본 브리즈… 재워주진 않지만 ‘숙면’에는 일정 부분 효과

일상적으로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이어폰이나 헤드셋처럼 감각을 자극하는 디바이스는 안 그래도 곤두서있는 감각을 더 예민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브리즈는 존재 그 자체가 불편할 수도 있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브리즈 착용 고리에 금을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자세히 보면 브리즈는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적인 무선 이어폰과는 형태가 다소 다르다.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무선 이어폰보다 크기는 커 보이지만 착용하면 그보다 훨씬 가볍고, 귓바퀴를 감싸는 형태로 잘 고정된다. 다만 사용자가 어떤 수면 자세를 가장 편하게 여기는지에 따라 착용감에 합격점을 줄지 불합격 판정을 내릴지 갈리게 된다. 예를 들어 바른 자세로 천장을 보고 잠드는 사람에겐 브리즈의 착용감이 크게 문제가 될 부분이 없다. 옆으로 누워서 자는 경우엔 기기가 귀를 짓눌러 불편함을 줄이려고 수면 자세를 여러 번 고쳐 잡아야 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도저히 편한 자세가 나오지 않아 결국 중간에 기기를 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LG전자 브리즈 이어셋과 케이스 밑부분./황민규 기자

휴대폰에 브리즈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슬립케어 모드’를 실행하면 세타파와 델타파를 유도해 숙면에 도움이 되는 뇌파가 나온다. 다만 뇌파 유도 음향은 매우 미세하게 나와 귀에 들리지는 않는다. 여기에 루시드폴 등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직접 작곡한 자장가, 자연의 소리와 같은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등 심리 안정 및 숙면에 도움이 되는 80여종의 음향을 섞어서 들을 수 있다.

일주일간 사용한 결과,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엔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었으나 뇌파를 자극해 숙면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만드는 효과는 체험했다. 입면 시간이 최장 2시간에서 1시간 정도로 줄어들었다. 평소 오후 11시 30분에 침대에 누워 1~2시간 정도의 입면 시간이 필요한데, 브리즈를 사용한 일주일간 평균적으로 잠에 들기까지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가장 체감되는 변화는 중간에 잠이 깨는 빈도가 줄었다는 점이다. 평소에는 3시간 간격, 짧게는 1~2시간에 한 번씩 잠에서 깨는 일이 흔했는데, 브리즈를 사용하는 일주일 동안에는 7~8시간 동안 중간에 깨는 일 없이 길게 잠들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숙면을 취한 시간이 이전에 비해 길어진 것이다.

LG전자 브리즈(왼쪽)와 젠하이저 무선 이어폰. 브리즈 케이스는 동그란 돔 형태로 뚜껑이 분리된다. 브리즈 이어셋 자체는 일반 무선 이어폰과 크기가 비슷하다. 브리즈 이어셋엔 자석이 있어 두 이어셋을 붙여 다닐 수 있다. /최지희 기자

◇‘프로 수면러’가 써 본 브리즈… 마인드케어 기능에 높은 점수

누우면 금세 잠드는 ‘프로 수면러’ 기자는 브리즈로 일주일간 수면 성적표를 떼봤다. 평소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하지 않아 숙면했는지 궁금한 적이 많았다. 사용 첫날, 브리즈 앱에 뜬 수면 점수는 100점 만점에 43점. 이어셋을 꽂고 잔 3시간 45분 중 ‘얕은 수면’ 비중이 67%라고 떴다. 브리즈 이어셋에 내장된 뇌파 측정 센서와 움직임 가속 센서가 수면 질(얕은 수면·깊은 수면·렘 수면 등)과 수면 자세를 분석해 준 결과다. 매일 수면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아침 컨디션을 이해하는 데 유용했다. 일주일 동안 수면 점수엔 큰 변화가 없었으나, 수면 데이터가 쌓일수록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따라 사용자 맞춤형 뇌파 유도 음향이 나와 숙면 효과가 커진다고 한다.

오히려 업무 중 쉬는 시간에 손이 자주 갔다.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편인데, 브리즈를 끼고 앱에서 마인드케어 모드를 실행하면 긴장 완화 음악이 나와 휴식을 취하기 좋았다. 음악 재생과 동시에 호흡 조절 방법이 앱 화면에 떠 10분 이내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 명상할 수 있었다. 3분가량의 명상을 끝내고 나자, 앱 화면에 “호흡에 집중해 보세요. 잡생각이 많을 수 있어요. 마인드 케어 점수는 56점”이라고 떴다. 수면케어에서처럼 마인드케어 모드에서도 뇌파가 측정돼 사용자의 집중력을 점수로 분석해 준다.

LG전자 브리즈의 '슬립케어' 모드를 사용했을 때 브리즈 앱 화면에 뜬 수면 분석(점수, 수면 단계, 수면 자세 등)과 '마인드케어' 모드 사용시 앱에 나타난 점수 분석 화면. /최지희 기자·브리즈 앱 캡처

눈을 감고 이어셋 소리에 집중하면 자연 한가운데 있는 듯 편안했다. 풀벌레 소리, 장작 타는 소리 같은 배경음악으로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귓구멍에 꽂는 일반 이어폰과 달리 귓바퀴에 이어셋을 끼는 방식이라 소리가 귓가에서 자연스럽게 울린다. 이 때문에 콘서트장 소리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앱 음악 외에 다른 노래를 들으면 소리가 귓바퀴에서 겉돌아 음색이 일반 이어폰만큼 명확하지 않다.

일반 무선 이어폰을 대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브리즈까지 들고 다니기엔 휴대성이 아쉽다. 케이스가 한 손에 간편히 잡히거나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아 이어셋만 따로 들고 다니게 된다. 착용감은 다소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귓바퀴에 꽂는 이어셋 고리는 교체할 수 있으나, 작은 크기는 나오지 않아 귀 크기가 작은 사람은 오래 착용하기 불편할 수 있다.

LG전자가 새로운 전자 기술을 도입해 소비자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는 높이 살 만하다. 다만 1세대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정서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제품인 만큼 착용감 개선은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다. 완성형 제품을 찾는 소비자에게 추천하긴 어렵지만, 숙면이 어렵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얼리어답터라면 도전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