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필두로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과 계정공유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OTT업체들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콘텐츠 제작비에 막대한 금액이 투입되자 수익성 확보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OTT 구독자들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가격을 올려도 이들이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는 상황이다. OTT 업계의 이같은 정책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언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디즈니, 티빙 모두 수익 다각화 “노력중”
10일(현지시각) 디즈니플러스는 오는 10월 12일부터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광고 없는 디즈니플러스 이용료는 한 달에 13.99달러(1만8000원)로 기존 가격 대비 27% 올랐다. 초기 가격인 2019년 6.99달러(8900원)와 비교하면 두 배가 됐다. 디즈니가 제공하는 훌루 라이브TV 가격은 20% 올라 광고 없이 보려면 월 17.99달러(2만4000원)를 내야 한다. 넷플릭스나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맥스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광고 없이 보는 것 보다 더 비싸다.
이는 2024년 9월까지 디즈니 스트리밍 부문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지난 2분기 디즈니의 스트리밍 영상 서비스 영업손실 규모는 5억1200만달러(6740억 원)에 달한다. 전년 같은 기간(11억 달러·1조4500억 원)와 비교하면 줄었지만 여전히 막대한 규모다.
밥 아이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스트리밍 사업은 아직 매우 초기 단계다”라며 “가격 책정, 비용 절감 및 마케팅 비용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계정 공유와 관련해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적인 능력도 이미 갖췄다”고 덧붙였다.
티빙도 전날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사업모델(BM)을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취임한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는 “사업모델 다변화를 위해 구독형 모델 이외에 광고 모델 확대, 다양한 가격 구간 설정 등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티빙은 매해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2020년 61억 원, 2021년 762억 원, 2022년 1191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 1분기 400억 원, 2분기 479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같은 결정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최 대표는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최근 들어 티빙 가입자 로열티와 체류시간이 굉장히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내부에서도 프로모션이나 마케팅 활동, 콘텐츠 강화를 통해서 가입자들의 참여를 강화할 예정이다. 광고 모델 도입 후에도 가입자 이탈 우려보다는 득이 더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 넷플릭스 요금제 개편, 수익성 확보 선순환 구조 만들어
가격인상 릴레이의 도화선이 된 것은 넷플릭스다. 저가 요금제 폐지와 계정 공유 금지, 광고요금제 도입으로 수익을 개선한 뒤 킬러 콘텐츠 제작, 신규 가입자 유치까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 덕분에 지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81억800만달러(10조3700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5.8% 증가한 18억3000만 달러(2조3100억 원)다. 신규 가입자는 2분기에만 589만명 증가해 이용자 수가 전 세계 2억3839만 명에 달한다. 전체 가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 증가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5월부터 미국과 영국 등 100여개 국가에서 이용자들이 계정 공유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가구 구성원이 아닌 타인과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하려면 한 달에 7.99달러(1만 원)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초기에는 구독 취소 등 이용자 반발이 컸지만 수익 개선 선순환 구조의 발판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한국 등 일부 아시아 지역과 남유럽, 아프리카 등에만 도입이 되지 않았다.
요금제도 꾸준히 손보고 있다. 최근 미국, 영국 등에서는 1인 요금제인 베이직 멤버십(월 9500원) 가입을 막았다. 광고를 의무적으로 봐야 하는 광고 요금제나, 베이직보다 더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게 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광고요금제의 수익성이 다른 요금제보다 높기 때문에 베이직 멤버십을 과감히 없애고 광고 수익을 내는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에서도 베이식 멤버십 가입을 막는다면 소비자들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