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달 SK하이닉스 낸드개발담당(부사장).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300단을 뛰어넘는 4D(4차원) 낸드플래시 샘플 제품을 공개하며 메모리 반도체 기술 ‘마의 벽’을 돌파한 가운데, 업계는 이번 기술 개발을 주도한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키맨’ 최정달 낸드개발담당(부사장)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대형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낸드 기술이 가장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SK하이닉스는 2017년부터 삼성전자에서 ‘거물급’ 엔지니어를 잇달아 영입하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이번에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321단 낸드 개발을 발표하며 삼성전자, 키옥시아 등 낸드 시장 양강을 제치고 단숨에 시장 리더로 떠오르게 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세계 최초 321단 낸드 개발을 주도한 인물은 삼성전자 출신의 최정달 낸드개발담당으로 알려졌다. 그는 삼성전자 근무 시절인 2007년 삼성전자 메모리차세대연구팀 임원으로 차지트랩플래시(CTF) 구조를 적용한 32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 개발 공로를 인정 받아 ‘자랑스러운 삼성인상(기술부문)’을 받았다.

이후 2017년 최 부사장은 SK하이닉스로 자리를 옮겨 미래기술원연구원 낸드소자기술그룹장(전무)을 역임하며 낸드 기술력 강화를 주도했다. 이듬해인 2018년부터는 4D 낸드 TF장을 맡아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세계 최초 128단 낸드 개발에 성공했다. 미래기술연구원에서의 성과를 인정 받아 2년 뒤인 2020년부터는 SK하이닉스의 낸드개발을 총괄하는 지위에 올랐다.

이 시기부터 SK하이닉스의 낸드 기술력은 삼성전자, 키옥시아 양강구도를 돌파하며 업계 정상급으로 뛰어올랐다. 최 부사장이 낸드개발담당을 맡은 2020년 12월에 SK하이닉스는 업계 최고층인 176단 낸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어 2022년에는 238단 낸드 개발에 성공했고 올해 6월부터는 업계 최초로 238단 낸드 양산에 돌입한 상태다.

최 부사장에 앞서 낸드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정태성 전 사장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삼성맨’이다. 지난 2017년 SK하이닉스는 정태성 사장을 낸드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사업부문장에 앉혔다. 당시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경쟁사, 특히 삼성전자의 임원을 영입해 사장에 임명한 것으로 큰 주목을 끌기도 했다.

정 사장은 1960년생으로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서 낸드플래시 설계, 상품기획 등 핵심 부서를 두루 거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후 삼성종합기술원 디바이스&시스템연구센터장을 지낸 뒤 2014년에 퇴임해 연세대 교수를 지냈다.

SK하이닉스에 둥지를 튼 정 사장은 당시 3D 낸드 전환에 필수적이었던 트리플레벨셀(TLC: 낸드플래시의 기본 단위인 셀에 3비트를 저장해 저장 효율을 높이는 기술) 기술을 안정화하고, 72단 3D낸드 양산과 기업용 SSD시장 진출 확대, 96단 4D낸드 개발 등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에서 중요한 성과를 창출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3D 낸드 시대에 접어들면서 초기 시장은 가장 먼저 3D 낸드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가 주도했지만 이후 100단대에서는 업체간 기술 상향평준화가 이뤄졌고, 기술적 도약이 필요한 200단대부터는 SK하이닉스가 앞서나가고 있다”며 “특히 업계 최초로 300단대를 돌파한 제품을 선보이고 양산 시점까지 자신있게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