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올라온 한 영상에서 가수 아이유와 백예린이 인기 걸그룹 뉴진스의 신곡 ‘슈퍼샤이(super shy)’를 번갈아 부른다. 이는 진짜 가수가 아닌 AI(인공지능) 아이유와 AI 백예린이 부른 곡이다. 아이유와 백예린의 팬이 들어도 AI인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다.
가수 아이유(왼쪽)와 뉴진스./조선DB

최근 유튜브에서 AI 가수 커버(Cover)곡 콘텐츠가 확산되고 있다. 커버곡이란 특정 의도를 반영해 재연주 또는 재가창하는 것이다.

AI 가수 커버곡은 생성형 AI가 특정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해 똑같이 따라하면서 만들어진다. ‘생성형 AI’ 기술을 통해 3초 분량의 목소리 샘플만 있어도 완벽히 복제한다.

AI 가수 커버곡 유튜브 채널에는 사용자들이 듣고 싶은 가수와 곡을 댓글로 요청하고, 음색이 좋다고 평가받는 가수들 위주로 콘텐츠가 올라온다.

현재 유튜브 등에서 AI 아이유, AI 김동률, AI 박효신 등을 검색하면 이들이 부른 다른 가수의 유명곡들이 쏟아진다. 국내 가수뿐 아니라 브루노 마스, 프레디 머큐리, 마이클 잭슨, 아리아나 그란데 등의 AI 커버곡도 넘친다. 프레디 머큐리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와 정인의 ‘오르막길’을 부르기도 한다. 브루노 마스가 뉴진스의 ‘하이프 보이’를 부른 영상도 화제를 모으며 ‘원곡보다 훨씬 좋다’는 댓글이 달릴 정도다.

AI 아이유가 부르는 슈퍼샤이 유튜브 콘텐츠./유튜브 갈무리

문제는 이러한 가수들의 목소리가 무단 도용됐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퍼블리시티권(인격표지영리권) 침해를 경고하고 있다.

퍼블리시티권이란 가수, 영화배우, 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자신의 성명이나 초상을 상품 등의 선전에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권리다. 사람의 인격표지 자체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저작권과는 다르다.

현재 법적으로 목소리 등 음성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행위는 막기가 어렵다. 특허청 조사 결과 지난해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경험한 연예기획사는 응답 회사의 8.6%를 차지했다.

퍼블리시티권 전담팀이나 인력을 보유한 기획사는 20%가 안 되며, 기획사의 60% 이상이 인력 부족으로 침해 사실 자체를 알아내는 게 어렵다고 답했다.

이는 한국 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4월 캐나다 인기 가수 위켄드와 드레이크의 목소리를 AI 기술로 합성해 만든 ‘하트 온 마이 슬리브’라는 노래가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 등에서 발매됐다. 하지만 두 가수의 소속사인 유니버설뮤직 그룹이 저작권을 이유로 곧바로 소송을 제기, 발매된 지 4시간 만에 삭제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앞서 미국 저작권청은 지난 3월 AI를 저작권자로 등록하거나 AI가 생성한 것을 자신의 창작물로 속여 저작물로 등록하는 것을 금지하는 지침을 공표한 바 있다. 미국은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통일된 연방법이 없지만 여러 주가 주법에 명문화해 재산권으로 적극 인정한다.

한국 법무부에서도 성명·초상·음성 등을 포함하는 퍼블리시티권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뿐 아니라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도 자신의 얼굴과 이름, 음성 등을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법에 명시하는 것이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AI로 인한 음성 침해 도용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해당 연예인이나 소속사에서 발 벗고 나설 것”이라며 “내년에는 퍼블리시티권이 민법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만큼 관련 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