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대학가에서 학생들이 휴대전화 대리점 앞을 지나가고 있다./연합뉴스

이동통신 유통 대리점의 불법 공시지원금(보조금) 지급 대란이 계속되고 있다. 오는 26일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신제품 공개 행사를 앞두고 재고 떨이에 나서는 업체와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휴대폰을 바꾸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리점(일명 성지)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4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리점에서는 LG유플러스로 번호를 이동해 구입하는 삼성 갤럭시Z 플립4의 할부원금이 마이너스(-) 17만원까지 떨어졌다. 통신사를 옮기는 조건으로 휴대폰을 구입할 경우 가입자에게 17만원을 되돌려주겠다는 의미다. 성지에서는 돈을 받으며 구입할 수 있는 휴대폰을 ‘차비폰’이라고 한다. 차비 명목으로 돈을 얹어주는 휴대폰을 지칭하는 은어다.

갤럭시 플립4가 차비폰이 된 건 이례적이다. 지난 2월 출시된 갤럭시S23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출고가(115만5000원)로 차비폰으로 판매된 경우가 많지만, 135만4000원의 플립4가 차비폰이 되는 건 처음이라고 볼 수 있다.

◇ 판매 장려금 앞세워 70만~90만원 불법 보조금 지급

통신 3사가 갤럭시 플립4에 지급하는 최대 공시지원금은 58만원이다. 여기에 단통법이 제한하는 최대 15%의 추가지원금까지 받으면 54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는 10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에 가입해 최대 공시지원금과 최대 추가지원금을 받는 경우로 한정된다.

대다수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4만~5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공시지원금은 38만원으로 낮아진다. 최대 추가지원금 15%를 적용하면 플립4 할부원금은 74만원이 된다. 결국 17만원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플립4를 구입하는 건 70만~90만원에 달하는 불법 보조금이 지급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래픽=정서희

불법 보조금은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의 일부에서 나온다. 대리점은 소비자에게 휴대폰과 통신 상품을 판매하는 조건으로 통신사와 제조사에게 판매 장려금을 받고 있다. 일종의 마케팅 비용이다. 대리점은 자신들에게 떨어지는 판매 장려금 일부를 가입자에게 몰래 지급하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유치한다.

◇ 새 폴더블폰 나올 때까지 대란 계속될 듯

휴대폰 신제품 출시를 앞두거나 출시 직후 불법 보조금 지급이 늘어나는 건 결국 통신사와 제조사가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이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일부 대리점이 70만원 넘는 불법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건 적극적인 판매 장려금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통신사와 제조사가 불법 보조금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나 나오는 이유다.

통신 업계는 불법 보조금 대란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불법 보조금 대란 자체가 대부분 일시적으로 가입자를 모았다가 단속을 피해 중단하는 ‘스팟’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새 폴더블폰 출시가 다가오는 만큼 일시적인 불법 보조금 대란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은 높은 상태다.

정부가 암묵적으로 불법 보조금 대란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통신비 부담을 낮춰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불법 보조금 대란이 시장 경쟁 촉진으로 연결돼 통신비 완화 효과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원장 부재로 업무 공백 상태에 빠진 것도 이런 지적에 힘을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