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5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텔레비전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따로 떼어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 방안 마련을 권고한 지 한 달 만이다.
개정안은 대통령과 여당 측 추천인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이 찬성하며 가결됐다. 야당 추천인 김현 상임위원은 절차에 항의하며 퇴장,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위원은 “KBS는 방만한 경영 상태를 개선하려는 자구 노력을 외면하면서 편파 보도로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끊임없는 시비 논란을 일으켰다”며 “사회적 합의 없이 개정이 졸속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 등이 있으나 분리징수만으로 공영방송인 KBS의 경영 위기를 맞게 될 것이란 주장은 우리 국민의 수준을 무시한, 근거가 부족한 일반적인 주장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이번 시행령 개정을 계기로 KBS가 경영 합리화와 효율화에 더욱 노력할 수 있고, 스스로 체질 개선과 자기 혁신에 앞장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KBS가 이런 조치를 취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다면, 국민은 공영방송의 소중한 재원인 수신료를 기꺼이 납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의결에 따라 방송법 시행령 43조 2항 중 ‘(위탁 징수 사업자가) 수신료를 징수할 때 자기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하여 행할 수 있다'는 내용은 ‘결합하여 행해서는 아니 된다’로 수정된다. 개정안은 이후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순 시행될 전망이다.
현행 방송법은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에게 KBS 수신료 월 2500원을 일률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1994년부터는 전기요금에 수신료를 통합, 한국전력공사가 일괄 징수해왔다. 방통위는 “KBS와 수신료 징수업무 수탁자인 한국전력공사가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조속히 협의하여 제도 시행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수년간 간헐적으로 이어져온 수신료 분리징수 논의는 대통령실 국민제안심사위원회가 지난 3월 ‘TV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관련 국민참여토론을 실시하며 본격화됐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5일 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및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위한 이행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KBS는 헌법재판소에 방통위의 시행령 개정 절차를 멈춰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방통위가 입법예고 기간을 40일에서 10일로 단축한 것에 대해서도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KBS는 향후 개정안 자체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할 방침이다.
한국전력공사는 개정안을 일부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기요금과 별도로 수신료를 고지·징수하기 위해서는 현행 방송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상한선보다 높은 비율의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전력공사는 현재 월 2500원 수신료 중에서 6%가량을 수수료로 받는다. 나머지 91%가량은 KBS가, 3%가량은 EBS가 받는다.
수신료 분리징수 시 KBS의 수입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KBS가 수신료로 벌어들인 수입은 6935억원으로, 전체 수입(1조5305억원)의 45.3%를 차지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방통위 관문을 넘으면서 여당이 요구하는 KBS 2TV 채널 폐지에도 속도가 붙을 지 주목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3일 공동성명 발표와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외면하는 KBS 2TV를 조건부 재허가로 연명해주는 것은 수신료 낭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