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005930)의 D램 생산량이 지난 2021년 3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 4월 공식적으로 감산을 선언한 후 3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내년까지 감산 기조를 유지하며 반도체 시장이 수급 균형을 찾을 때까지 메모리 반도체 증설을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5일 조선비즈가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는 월 평균 D램 생산량을 7월 들어 웨이퍼 기준 62만장 수준까지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월 평균 71만장)과 비교해 12% 이상 줄어든 규모다. 삼성전자의 월 평균 D램 웨이퍼 생산량이 62만장 수준으로 떨어진 건 2021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업계 소식통은 “최선단 공정이 적용되고 있는 평택캠퍼스를 제외한 삼성전자의 모든 생산라인에서 D램 생산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화성캠퍼스의 D램 생산량이 크게 줄었는데 이는 수요에 맞춰 생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감산 기조는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대규모 적자전환으로 D램의 경우 신규 설비투자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옴디아는 내년 하반기 삼성전자의 D램 생산량이 지금보다 더 줄어든 월 평균 60만장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관측했다.

감산과 동시에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와 D램 가격 재협상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삼성전자의 D램 가격 협상 지위를 불리하게 만들었던 과잉재고 부담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생산원가에 근접한 D램 가격을 하반기부터 정상화하겠다는 전략도 내포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하반기 반도체 수급 상황이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실제 D램 3강 중 가장 먼저 감산에 돌입했던 미국 마이크론이 앞으로도 감산 규모를 더 늘려나간다는 방침을 정한 것도 반도체 수요가 당장 빠르게 회복되는 것은 어렵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열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전방 수요는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어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감산을 확대해 시장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마이크론은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을 (기존 25%에서) 30%까지 더 줄였다”고 전했다.

메모리 수급이 점차 개선세를 보이면서 하반기부터 업황이 서서히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본격적인 메모리 재고 하락이 예상된다”며 “감산 효과가 본격화되고, 출하(수요)는 이미 저점을 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가격 반등을 모색할 수 있는 구간으로 진입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