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미국 조비에비에이션과 혈맹을 맺으며 도심항공교통(UAM)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 LG유플러스도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하늘길’ 확보 싸움에 나선 가운데 최후 승자가 누가 될지 주목된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 세계 UAM 시장 규모는 초기 상용화 시점인 2025년 109억달러(약 14조1918억원)에서 2030년 615억달러(약 80조607억원)로 성장하며, 2040년 6090억달러(약 792조7962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토부는 “2040년까지 국내 UAM 시장 규모는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16만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와 23조원의 생산유발 효과, 11조원의 부가가치 창출이 예상된다”고 했다.
UAM은 도시 도로교통 혼잡 해결을 위해 상공에서 운용되는 저소음, 친환경 동력 기반의 수직 이착륙 교통수단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교통관리체계, 이착륙 인프라 등을 포함하는 항공교통체계를 말한다. 기존 항공기 운용에 비해 좁고 낮은 고도에서 고밀도의 기체들이 단시간 비행하는 만큼, ‘통신’이 핵심 축으로 꼽힌다. 2020년 6월 국토부가 도심항공교통 분야 40개 기관·업체가 참여하는 ‘도심항공교통 민관협의체’를 발족한 이래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잇따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국가 주도 실증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3사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2020년 국토부 민관협의체에 창립 멤버로 참여했으며, 이듬해인 2021년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한국교통연구원과 UAM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지난해부터는 유영상 대표 직속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연구와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조비에비에이션에 1억달러(약 1301억원)를 투자해 지분(신주 인수) 약 2%를 확보, 조비에비에이션의 기체를 국내에서 독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조비에비에이션은 UAM 기체 제조분야 선두주자로, UAM에 활용되는 수직이착륙비행체(eVTOL)의 최장 비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크고 작은 성과도 거뒀다. 2021년 11월, 김포공항을 중심으로 외부 상공을 3분간 선회한 UAM 조종사와 지상통제소 사이를 지상 이동 통신망으로 연결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단계 국가 실증 사업이 이뤄질 전남 고흥 국가종합비행시험장 인근에서 5G 상공망 관련 시범 테스트도 마쳤다.
KT는 2021년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인천공항공사, 대한항공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국토부 민관협의체에는 추가 모집으로 합류했으나, 2017년 국토부와 K-드론시스템 개발 및 실증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UAM 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2020년 11월 전국 최초로 서울에서 사람이 탈 수 있는 드론 택시를 띄웠으며,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최초 UAM 전용 5G(5세대 이동통신) 항공망을 구축했다.
LG유플러스는 2021년 말 항공대와 협업을 통해 5G·인공지능(AI) 기반 차세대 드론 서비스 발굴에 나서면서 UAM 시장에 진입했다. 카카오모빌리티, GS칼텍스, 제주항공, 파블로항공,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와 컨소시엄을 구축한 건 이듬해 5월이다. 지난해 7월 부산시와 UAM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2월 서울교통공사와 UAM 복합환승센터 조성을 위한 MOU를 맺는 등 지역 거점 확보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LG사이언스파크와도 협력해 LG그룹의 배터리, 모터 등 역량도 활용할 계획이다.
3사의 승패는 6G(6세대 이동통신) 개발에서 판가름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UAM 상용화를 위해서는 지상망과 비지상망을 통합해 이용하는 6G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삼성전자·LG전자·에릭슨엘지 등 기업과 출연연이 참여하는 6G포럼은 최근 펴낸 ‘도심항공교통을 위한 통신, 항법, 감시 시스템 백서’에서 “광범위한 6G 커버리지와 함께 체계적이고 고품질의 안전한 무선 연결은 비가시권에서 운항하는 UAM 기체에 강력하고 여유 있고 원활한 연결을 제공한다”고 했다.
6G로 폭넓은 커버리지를 확보하면 UAM 운용에 필수적인 고정밀 위치정보 제공도 가능하다. 6G포럼은 또 “6G 환경에서는 수많은 UAM 기체가 비가시권에서 원격 조종되거나, 파일럿 제어 없이 독립적으로 비행할 수 있다”며 “인공위성과 통합된 6G는 무한한 거리에 걸쳐 연결을 제공할 수 있고, 1ms 미만의 지연 시간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제어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