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일러스트. /조선DB

정부와 통신 3사가 다양해지는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을 막기 위해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국제전화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그들의 목소리와 말투, 단어 등을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사기를 막는 것이다.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함께 보이스피싱 차단 음성 안내 서비스를 시작한다. 위치 추적이 힘든 국제전화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전화를 받는 가입자에게 “국제전화입니다”라는 음성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그동안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유출된 개인정보를 활용해 가족인 것처로 속여 전화를 걸고 돈을 요구했다. 가령 피해자가 010-1234-1234 번호를 ‘아버지’로 저장했다면 앞자리 010을 제외한 8~9자리가 동일한 경우 휴대폰 주소록에 저장한 이름으로 발신자가 표시되는 허점을 활용한 것이다. 이런 수법은 휴대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을 넘어 청년과 청소년도 공격했다. ‘아들’ ‘딸’ ‘아빠’ ‘엄마’ 등 가족 휴대폰으로 전화가 온 것으로 착각한 피해자들이 개인정보를 넘기거나 돈을 입금한 것이다.

◇ 보이스피싱 주로 쓰는 국제전화, ‘음성’으로 알려 피해 예방

과기정통부와 통신 3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전화번호 앞에 국제전화 식별 번호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이에 음성 안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다음 달부터 음성 안내를 시작하는 것이다. 음성 안내 서비스는 국내 통신사를 이용하는 모든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통신 3사는 음성 안내와 함께 보이스피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경찰청 등에 신고된 보이스피싱 번호와 자체 분석한 스팸 번호를 자동으로 차단해 피해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특히 가입자가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는 걸 넘어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거는 것도 막고 있다.

지난해 9월 과기정통부가 보이스피싱 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뉴스1

KT는 보이스피싱 탐지 솔루션을 별도로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범죄자들이 전화번호를 주기적으로 바꿔 공격하는 점에 착안해 의심 번호를 찾아내 먼저 가입자에게 알린다. 또 범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와 말투, 목소리 등을 AI로 학습·분석, 보이스피싱 여부를 파악한다. KT 계열사인 후후앤컴퍼니가 만든 솔루션(후후 앱)은 탐지율이 99%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유플러스는 스팸 차단 서비스 ‘U+스팸차단알림’ 앱을 지난 2월부터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통화 알림창에 스팸 전화 여부를 안내하는 동시에 위험이 높은 전화, 국제전화,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 등을 이용자 설정에 따라 자동으로 차단한다.

◇ 정부 발송 문자 ‘공인 알림’으로 착오 막아

통신 3사는 한발 더 나아가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걱정 없이 전자문서를 확인할 수 있는 공인 알림 문자 시스템도 도입했다. 그동안 정부가 발송하는 문자메시지는 별도의 링크를 눌러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야 해 스팸 메시지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검찰, 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한 스미싱 문자 피해가 늘면서 문자를 확인하지 않고 바로 삭제하는 식이다.

통신 3사의 공인 알림 문자는 자동차 검사, 과태료 부과, 정부 지원금 안내 등 고지서와 안내문을 전자문서 형태로 만들어 휴대폰 멀티문자메시지(MMS)로 발송하는 서비스다. 정부가 발송하는 문자를 스미싱 문자로 착각해 정보 전달이 막히는 일이 없도록 전화번호 대신 발송 기관을 이미지로 보여줘 스미싱 메시지와 구분한다.

통신 3사는 휴대폰 문자 메뉴에 공인 알림 문자를 별도로 확인할 수 있는 전자문서함을 만들어 제공할 예정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전자문서함을 활용 방안을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