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22 울트라를 수리하는 모습./삼성전자

이르면 오는 2025년부터 ‘배터리 일체형’ 스마트폰이 사라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이 연내 ‘비전문가도 손쉽게 탈부착이 가능한’ 스마트폰 배터리 설계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 통과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유럽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배터리법과 비슷하지만 시행은 약 2년 더 빨라, 삼성전자·애플 등 제조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7일 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지속 가능한 휴대폰 및 태블릿 설계-에코디자인(Designing mobile phones and tablets to be sustainable-ecodesign)’으로 명명된 해당 법안은 현재 유럽의회 검토 단계에 있으며, 9월 중 통과가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시행 시기는 오는 2025년 6월 또는 7월이 된다.

EU가 지난 2020년 발표한 순환경제실행계획(Circular Economy Action Plan)의 연장선으로 마련된 이 법안은 ‘휴대폰과 태블릿의 배터리는 도구 없이, 또는 구매 시 함께 제공되는 도구나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도구로만 교체가 가능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제조사에 제품 판매 후 최대 7년 동안 관련 예비 부품을 제공해야 할 의무도 부여한다. 더버지는 “(배터리법이 시행되는) 2027년이면 일부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미 유럽에서 1년 넘게 ‘배터리 탈착형’ 스마트폰을 판매 중일 수 있다”고 했다.

해당 법안과 함께 배터리법이 시행될 경우 제조사들의 부담은 막대해진다. 제품 설계 수정부터 생산라인 교체까지 전면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유럽 시장만을 위해 별도의 비용을 투입할 수도 없다. 결국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배터리 탈착형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탈착형 배터리 도입 시 기능도 향상시켜야 한다. 에코디자인 법안은 방진 기능과 함께 ‘최대 1m 깊이 물에서 최소 30분을 버틸 수 있는’ 방수 기능을 요구하는데, 이는 주로 접착제를 활용하는 일체형 배터리가 갖추는 기능이다. 배터리법은 제조사들에 배터리 수명을 기존 2~3년에서 최대 5년으로 늘릴 것도 요구한다. ‘500사이클 후 용량 83%, 1000사이클 후 용량 80% 유지’를 조건으로 달면서다. 미 전자제품 수리 전문업체 아이픽스잇(iFixit)의 토마스 옵소머 정책 엔지니어는 이에 대해 “상당히 야심찬 요구사항”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일체형 배터리가 탈착형 배터리보다 경량화 디자인 및 방진·방수가 용이하다는 점을 들어 각각 지난 2015년, 2007년부터 일체형 제품을 생산 중이다. 다만 1세대 아이폰부터 모든 제품을 배터리 일체형으로 제작하고 있는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지금도 탈착형 배터리 제품을 일부 생산 중이어서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배터리법은 EU가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경우엔 일체형 배터리 설계도 허용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둬 협상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태다. 제조사들은 시행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해나갈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EU 배터리법 내 특정 기업을 차별적으로 적용하거나, 국내 기업에만 불리하게 작용하는 조항은 없다”며 “향후 법의 실질적인 사항을 담는 하위 법령 제정이 중요한 만큼 우리 기업들과 함께 긴밀히 대응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