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생성 AI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생성한 그림./스테이블 디퓨전 웹사이트 캡쳐

엔씨소프트(036570)는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스테이블 디퓨전 통합 설치본 배포’ 관련 공지사항을 공유했다. AI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사내 공지사항에 첨부된 링크를 통해 스테이블 디퓨전을 사내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4일엔 전사에 배포된 스테이블 디퓨전의 이용 방법과 관련 정책, 개발 사례 등을 소개하는 사내 세미나가 열렸다.

◇ AI 프로그램 직원 PC에 직접 깔아주는 게임사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AI 관련 프로그램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스테이블 디퓨전은 텍스트를 입력하면 다양한 화풍의 이미지를 생성 및 수정하는 AI 프로그램으로 미국 AI 스타트업 스태빌리티AI가 개발했다. 국내 대형 게임사는 아직 스테이블 디퓨전을 실무에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중소 게임사를 중심으로 게임 일러스트를 생산하는 등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한 직원은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무료 스테이블 디퓨전 기본 프로그램을 설치해 사용해볼 수 있다. 게임 제작을 위해 이를 직접 활용해보려면 각종 추가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수십개의 확장 프로그램을 추가 설치해야 하고, 절차가 복잡해 약 2시간이 소요된다”라며 “AI에 관심 있는 직원이면 누구나 회사가 배포한 링크를 통해 연구 용도로 스테이블 디퓨전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생성형 그림 AI 프로그램 중 스테이블 디퓨전이 가장 인지도가 높고 편의기능이 많아 엔씨소프트가 직원들에게 사용을 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 디퓨전의 하루 이용자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1000만명에 달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게임업계가 AI라는 기술적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는 생존의 문제다. 엔씨소프트는 AI를 10년 넘게 준비했다. 게임에 AI 도구가 들어가면서 엔씨소프트의 기술력은 강화됐다”라고 말했다.

넥슨도 AI 연구를 총괄하는 조직 인텔리전스랩스를 중심으로 사내 AI 프로그램 활용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넥슨은 현재 AI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일부 직원에게 부서 차원에서 관련 프로그램 설치를 진행하고 있으나, 곧 전사 직원이 AI 관련 프로그램을 연구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넥슨 관계자는 “주요 파트너사와 협업을 통해 엔터프라이즈 생성형 AI 지원을 준비 중이다”라고 했다. 넷마블 역시 게임 기획자와 작화가를 중심으로 필요시 스테이블 디퓨전 등 AI 프로그램을 개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사옥 전경./ 엔씨소프트 제공

◇ AI 전문가 채용하고 AI 업무 전담 자회사도 설립

AI 사업 확장을 위해 게임사는 AI 인력도 적극 채용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딥러닝 본부에서 근무할 AI 딥러닝 엔지니어를 채용 중이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도 신입 AI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있으며, 위메이드플레이는 최근 챗GPT 열풍 속에 대표적인 고연봉 직업으로 떠오른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뽑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1일 AI 게임 개발사 렐루게임즈를 설립하고 ‘스페셜 프로젝트 2(SP2)’ 관련 유무형 자산 일체와 인력을 양도했다. SP2는 크래프톤이 AI를 활용해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이며, 회사는 관련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별도 자회사를 설립하고 ‘푼다: AI 퍼즐’ 모바일 버전 등 AI 관련 게임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도 올 하반기 국내 게임사 최초로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선보일 예정이다. 회사에 따르면 이는 GPT 3.5 크기의 초거대 AI 모델이며 게임 콘텐츠와 디지털 휴먼 개발에 순차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 게임업계 AI 활용 확대될 듯… 창작자 목소리도 반영해야

전문가들은 게임업계 내에서 AI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전응준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개인사업자인 웹툰 업계와 달리 게임 창작자의 창작물은 회사에 귀속된다. AI로 저작권을 침해받을 수 있는 주체인 게임회사는 법인이라 창작자의 반발이 상대적으로 덜한 환경에서 AI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러스트레이터 등 창작자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면서 AI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홍 숭실대 교수(한국게임정책학회 회장)는 “AI가 아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게임에도 분명히 존재하며 이러한 업무를 하고 있는 게임업계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창작자와 AI가 공생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