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세계 1위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이 처음으로 50%대로 떨어졌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이끌어 온 모바일·노트북용 OLED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다.

20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매출은 46억7685만달러(약 6조원)로 집계됐다. 작년 4분기보다 35.5% 감소했고 작년 1분기 대비로는 6.7% 줄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작년 4분기 61.2%에서 올해 1분기 54.7%로 하락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와 시장 점유율 2~3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던 중국 업체 BOE의 점유율은 작년 4분기 13.9%에서 올 1분기 19.2%로 올라 세계 2위를 차지했다.

그래픽=정서희

글로벌 스마트폰·노트북 등 IT 기기 수요가 부진한 와중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저가 공세로 국내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중소형 OLED가 주력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2020년 70%대에서 2021년 60%대로 하락한 데 이어 올 1분기 50%대까지 내려왔다. 과거 품질이 크게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점차 올라오고 있는 데다, 국내 업체보다 최대 절반가량 저렴한 가격에 OLED 패널을 공급하면서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업체가 약 10달러에 공급하는 리지드(휘어지지 않는) OLED 패널을 삼성디스플레이는 10달러대 후반에서 20달러대 초반에 공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의 리지드 OLED 가격이 중국 업체가 판매하는 플렉시블(휘어지는) OLED 가격과 비슷해 중국 세트(완제품)업체들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리지드 OLED 패널을 사서 쓸 이유가 없어졌다”며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기술력이 여전히 더 높지만, 패널을 공급받는 세트업체들은 일부 고급 제품을 제외하고는 기술력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패널을 우선 선택해 탑재하는 경향이 높다”고 말했다.

올 1분기 점유율을 크게 늘린 BOE는 중국 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위주로 패널을 공급해 오다 2년 전부터 애플에 아이폰용 OLED 패널을 납품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현재까지 아이폰 모델 4가지 중 상위 모델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단독 공급하는 패널이 쓰이고 있으나, 하위 모델에는 BOE 패널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아이폰뿐 아니라 삼성전자 갤럭시 하위 모델에도 BOE의 OLED 패널이 사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 시리즈를 제외한 갤럭시M 등에는 BOE가 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며 “BOE가 애플 아이폰 교체 서비스 제품에 패널을 대량 납품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패널 점유율을 더 뺏기지 않기 위해 삼성전자에 자사의 리지드 OLED 패널을 써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의 중소형 OLED 생산능력(CAPA) 점유율은 2016년 80%에서 지난해 50%대 중반으로 감소하는 동안,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10% 미만에서 40%대로 상승했다”며 “출하량 점유율 상승 속도 역시 상당히 빠르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중 업체 간 패널 기술력에 차이가 있어 중국 업체가 뒤쫓아 오더라도 국내 업체는 가격을 낮춰 대응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기술력만으로 쉽게 선택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양보다는 질에 집중해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OLED 패널을 저렴하게 파는 중국 업체와 달리 삼성디스플레이는 단가가 높은 상위 모델 위주 공급에 주력하면서 수량이 줄더라도 매출은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할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이 앞으로 더 늘어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전체 모바일 시장에서 OLED 패널이 쓰이는 비중은 아직 절반도 되지 않기 때문에 폴더블(접이식) OLED처럼 후발주자와 기술력 격차를 늘릴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